“참담함 넘어 절망”…서울대 교수마저 병원 떠난다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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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투표 참여 900여 명 교수 중 절반 이상 사직”
한덕수 총리와 면담 가능성엔 “공식적으로 정부와 소통 없어”
3월25일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센터에서 의대교수협의회 긴급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3월25일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센터에서 의대교수협의회 긴급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 40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학연구센터에서 의대교수협의회 긴급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약 400명의 교수가 참석해 서울대 의대 비대위 활동 보고를 받고 이날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할 인원은 최소 4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방 위원장은 “며칠 전 진행한 투표에서 총 1400여 명의 교수 중 900여 명이 답변을 했고, 이중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장을 했다”며 “상당히 많은 교수들이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발표 이후 1만명의 전공의와 1만3000명의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이자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스승으로서 참담함을 넘어 절망적인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방 위원장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못 박은 정부를 직격했다. 그는 “그간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파국을 막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 정책의 객관적 재검증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면서 “독단적 고압적으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여전히 미동이 없고 제자들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의사의 직업적·윤리적 책무로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그동안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메꾸고 환자 곁을 지켜왔다”며 “낮에는 진료와 수술, 밤에는 당직 48시간, 72시간 연속 근무를 하면서 버텼던 이유는 직업적 윤리적 책무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고 곧 제자들이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정책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그는 “의대 증원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은 의료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의사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지금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브리핑이 끝난 뒤 질의응답에 나선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배 교수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떠날 수 없는 직원이라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르면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계와 만나 의대 증원 보완책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정부와 소통한 것은 없는 걸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열흘 전 한 총리와의 회동에서도 대화의 진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면담에서 대단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면서 “그 이후 별다른 초청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소속된 수련병원과 대학에서 떠나겠다며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 사직 행렬에 동참한 곳은 전국 40개 의대 중 19개 대학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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