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이마트도 휘청…‘신세계 유니버스’도 힘 못 실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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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창립 31년 만에 최초로 전사적 희망퇴직 실시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시행…새로운 도약 위한 조치”
멤버십 혜택 강조했지만 체감도 낮아…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 고조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최대 위기에 직면한 이마트가 경영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트 등 오프라인 계열사의 실적을 끌어올릴 키로 여겨졌던 ‘신세계 유니버스’라는 통합 멤버십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전 계열사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15년 차 이상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지속가능 경쟁력 확보”

이마트는 전날 근속 15년차 이상의 수석부장~과장급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40개월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최대 3000만원의 전직지원금을 지급한다. 신청은 다음 달 12일까지다.

이마트는 올해 초에도 일부 점포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폐점을 앞둔 서울 중랑구 상봉점과 충남 천안시 펜타포트점 등에서다. 기존에는 폐점 점포의 인력을 근방의 점포로 전환배치시키는 방식을 취했지만, 올해부터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동시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이마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만 명이었던 이마트 직원은 지난해 2만2744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희망퇴직으로 인한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경우 이마트의 인력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은 점포별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으로 실시된 것으로, 이마트가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첫 점포를 낸 이래 최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마트 측은 희망퇴직 실시 배경에 대해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출발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연합뉴스

이마트 추월한 쿠팡에 中커머스까지 첩첩산중

‘희망퇴직’은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722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이마트가 지분 70.5%를 보유한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 자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 상황을 마주한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겠다”면서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 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유통 트렌드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마롯쿠’에서 ‘쿠이마롯’으로 바뀐 단어는 ‘유통왕좌’의 주인공이 바뀌었음을 대변한다. 지난해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은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매출을 추월했다. 결제 금액에서도 쿠팡이 우위에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2월 기준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은 4조3665억원으로, 이마트 결제추정 금액(4조1861억원)을 1800억원 가량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까지 초저가 전략으로 이용자를 가파르게 늘려가면서 국내 유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알리의 지난달 월간이용자수(MAU)는 약 621만 명, 테무의 MAU는 434만 명으로 쿠팡(3000만 명)과 11번가(700만 명)를 뒤쫓고 있다. 국내 물류센터 설립과 소비자 보호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시장에서 발을 넓히는 모양새다.

6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그룹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그룹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가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질 변화 꿈꿨지만…이미 강한 이커머스의 혜택

멤버십 혜택 등을 통해 체질 변화를 꿈꾸던 이마트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도입한 통합 멤버십이 오프라인 계열사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이마트, SSG닷컴, 지마켓·옥션, 백화점, 면세점 등 6개 계열사를 포괄한다.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는 지난해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통해 “이마트의 부진 속 신세계 유니버스가 플러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프라인 계열사 할인 쿠폰, 이달의 플러스 혜택 등을 제공하는 멤버십 제도가 이마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소비자들이 이를 차별화된 혜택으로 느끼지 못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한정적 소비’까지 이커머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신세계 유니버스가 제시한 멤버십 혜택은 이미 쿠팡 등 이커머스의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 혜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강화와 효율화를 강조한 이마트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오프라인 유통공룡으로 꼽혀왔던 이마트가 희망퇴직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인력감소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1년 상반기에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 롯데마트는 같은 해 하반기와 지난해 말까지 총 3차례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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