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의 백세호흡③] 만병의 시작은 코로부터 온다(下)
  •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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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충격이 코의 숨길 무너뜨린다
부비동염 심해지면 중이염, 이명, 난청, 결막염 등으로 악화

“진정한 부(富)는 금과 은이 아니라 건강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건강은 이제 다가오는 백세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건강 상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증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뇌피셜’은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게 된다. 시사저널은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의 기고를 통해 건강하게 백세시대를 맞이할 팁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호흡기 치료 중, 특히 코의 병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환자들에게서 유사한 경험담을 듣게 된다. 한참 피 끓는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했거나 배드민턴, 테니스, 야구, 축구 등을 하다가 운동기구나 팔다리에 얼굴을 맞아 다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킥보드를 타다가 바닥에 넘어지거나, 엄마의 등에서 떨어져 얼굴이 부딪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는 사고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충격 강도를 제공하는데, 머리와 목, 허리 등의 통증으로 고생하느라 얼굴과 코의 문제는 잊고 지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얼굴, 특히 코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부터 코막힘이 심해지고, 비염이나 축농증(부비동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사고나 충격은 얼굴에서 가장 돌출돼 있는 코의 구조를 무너뜨려 숨길을 좁게 만들거나 변형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교통사고나 운동을 하다 코를 다쳐 코막힘이 심해지고, 비염이나 축농증(부비동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태훈한의원 제공
교통사고나 운동을 하다 코를 다쳐 코막힘이 심해지고, 비염이나 축농증(부비동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태훈한의원 제공

코의 숨길을 틀어막는 부비동염

부비동은 전두동(이마굴), 사골동(벌집굴), 상악동(위턱굴), 접형동(나비굴)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사골동에 붙어있는 상․중 비갑개(위 중간 코선반)와 상악동에 붙어있는 하비갑개(아래 코선반)가 부비동염으로 인해 세균 감염뿐 아니라 점막부종, 점액섬모운동(끈끈한 분비물을 솜털의 움직임에 의해 배출하는 운동) 등의 저하가 심각해진다.

쌓여가는 염증으로 인해 부비동의 얇은 뼈가 전체적으로 팽창하는데, 특히 아래와 옆으로 팽창한 부비동 뼈와 아래로 심하게 처진 비갑개(코선반)로 인해 코 숨길은 매우 좁아지며 부비동의 출구도 막힌다. 분비액들이 쌓이면 동굴 내부의 염증이 점점 많아지면서 내부의 배출압력이 증가하고, 부비동 염증이 끈적한 상태로 코 숨길로 배출돼 질긴 막을 형성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 속의 세균이나 먼지 등의 이물질을 포획한, 끈끈한 면역물질인 콧물도 정체돼 코의 숨길이 막힌다.

막힌 코 숨길로는 콧물과 호흡의 흐름이 정상적일 수 없으므로 비염(코 염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호흡과 면역을 원활하게 만드는 중요 구조인 ‘비갑개(상중하 코선반)’는 어이없게도 비염을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만다. 효과적인 분배를 위한 야무진 계획이 도리어 여러 개의 병목이 돼버리는 ‘이율배반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하비갑개(아래 코선반)는 흡입한 공기의 50~60%가 지나는 하비도(아래 숨길)의 경계가 된다. 이곳으로 지나는 공기 속의 병원성 이물질을 걸러주는 점액(콧물)의 주된 통로이기도 하다. 이것이 처지면서 팽창하는 부작용은 눈, 코, 부비동의 분비물들이 하비도(코 아래 숨길)에 쌓여 비염(코의 염증)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이관(유스타키오관, 코 뒤편으로 열려있는 귀 통로)과 비루관(코눈물관)을 막아 중이염이나 이명, 난청, 안구건조, 결막염 등을 악화시키는 방아쇠로 작동한다.

가족 구성원 상호 간에는 재미있는 특징들이 있다. 행동 패턴이나 음성, 사고방식, 좋아하는 기호식품 등 많은 유사성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제공한다. 동물의 세계를 보아도 가족을 구분할 수 있는 유대감이 존재하는데, 수천 마리의 펭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에서 새끼를 찾는 방법이 바로 어미를 찾는 간절한 새끼 펭귄의 울음소리다. 온갖 소음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정확히 어미는 새끼 소리를 구분해 품에 안는다.

사람의 목소리 특징을 성문(voice print)이라고 하는데, 주파수 분석 장치를 이용해 음성을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사람마다 고유의 형상이 있어 범죄 수사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이 펭귄에게도 동일하게 있는 것이다. 가족 간에는 이러한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더 강렬하게 존재하는데 바로 ‘얼굴’이다. 이 얼굴로 인해 수많은 인파로 넘치는 시장 안에서도 부모는 아이를 구분해 낼 수 있다.

디지털체열진단기를 통해 확인한 뜨거운 코와 차가운 코. ⓒ이태훈한의원 제공
디지털체열진단기를 통해 확인한 뜨거운 코와 차가운 코. ⓒ이태훈한의원 제공

뜨거운 코와 차가운 코

가족의 특징을 간직하는 얼굴뼈는 9종류, 15개의 뼈로 구성돼 있는데 비·누골·서골·하비갑개·상악골·구개골·협골·하악골·설골 등이다. 이 안에 코와 관계된 뼈들이 다수 들어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얼굴만이 아니라 코의 구조도 닮는다. 부모와 아이가 비염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콧볼 축소술(성형)로 인한 코 숨길 공간이 좁아지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으나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비염의 원인으로 코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코의 건강상태를 결정지을 수 있는 또 다른 원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코 혈관’이다. 머리로 올라가는 가장 큰 혈관(80%), 총경동맥의 분지인 내경동맥과 외경동맥이 모두 지원하는 혈관의 바다가 바로 코다. 코 입구부터 상기도 벽까지의 거리가 12cm에 불과하지만 공기가 이곳을 지나가는 0.25초가 기적의 시간으로 바뀌는 이유다. 먼지 세균의 80%, 습도 80%, 온도 31~37도로 바꾸는데 1/4초 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림프관과 정맥혈 정맥동이 분포해 외부의 병원체가 코에 들어왔을 때 면역세포를 긴급 수송해 제압한다. 이 코의 혈관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사람마다 달라 콧속의 온도가 달라지므로 코 내부 온도가 뜨겁거나 차가워진다. 필자는 이를 ‘뜨거운 코’ 혹은 ‘차가운 코’라고 이름 붙였다.

혈액 공급량이 많거나 혈액이 머무는 양이 많은 경우를 콧속 온도가 높은 ‘뜨거운 코’, 국부온도가 38.5도가 되면 미생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최대 번식기가 돼 과잉면역상태, 즉 ‘알러지성 비염’이 심해진다. 혈액량이 적거나 혈액이 적게 머물러 온도가 낮은 ‘차가운 코’라고 부른다. 온도가 낮아지면 효소의 활성도가 낮아져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민감해지는 ‘혈관운동성비염’ 또는 ‘한랭성비염’, ‘위축성비염’ 등으로 진행된다. 

코가 좁아지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수면장애나 피로증후군, 대사증후군,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진은 수면 후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사람을 찾는 '스트레스 제로 킹' 행사 모습. ⓒ연합뉴스
코가 좁아지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수면장애나 피로증후군, 대사증후군,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진은 수면 후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사람을 찾는 '스트레스 제로 킹' 행사 모습. ⓒ연합뉴스

질병의 방아쇠, 비염      

코의 문제는 호흡 문제로 이어진다. 코가 좁아지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구강호흡(입호흡) 수면무호흡으로 진행되면서 수면장애, 피로증후군, 대사증후군, 심뇌혈관질환, 심지어는 암으로까지 진행된다. 할 말이 너무도 많아 2편으로 나누어 설명했음에도 지면상으로 모두 전달하기에는 부족하기만 하다. 앞으로 남은 6편의 다양한 주제를 거치며 천천히 이해시켜 드리려 한다. 다음 편에서 다룰 내용은 ‘입호흡으로 발생하는 질병 5가지’ 에 대한 이론과 임상스토리다.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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