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정부, 제약사 '안전' 어깨동무
  • 이철현 ()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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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제약사 ‘안전’ 어깨동무
약품 시판 후 부작용 조사제도(PMS)의 선진국은 미국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1993년 6월 약품 안전성 보고 프로그램인 ‘Med Watch(메드워치)’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말까지 이 웹사이트에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2백50만건에 이른다.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임상약리학자 20명으로 구성된 안전성 평가단이 분석·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중대한 약물 부작용을 발견하면 약물과 이상반응의 인과 관계를 파악한다. 발생률과 위험 요인 분석까지 마치면 그에 적합한 행정 조처를 한다. 이같은 부작용 정보와 조처는 메드워치 웹사이트를 통해 병·의원, 약국, 소비자에게 알려진다.

미국 PMS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적 보고 제도이다. 제약회사들이 자체 시행한 임상 실험이나 약물 사용 자료를 통해 확보한 약품 부작용을 식품의약국에 보고하고 행정 조처를 기다린다. 조처가 내려지면 홈페이지를 통해 의약 전문가들에게 적극 알린다. 시판 약품을 전량 회수해 설명서를 교체하기도 한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에 PMS 관리 부서를 두고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 처리한다. 일본 PMS 제도는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시판이 승인된 약품은 4∼10년 동안 약품 안전성 정기 보고(PSUR)를 하게끔 하고, 이 기간이 끝나면 5년 간격으로 재심사와 재평가 작업을 한다. 재심사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은 1991년 ‘GPMSP(Good Post-marketing Surveillance Practice·약물 시판 후 조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이 법제를 세 차례 개정하면서 PMS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PMS 운영할 인력·예산 태부족

한국은 일본 PMS 제도를 본떠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독립시킨 것을 제외하면, 일본에서 신약 재심사·재평가·약품 부작용 수시 보고 체계를 그대로 따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약품 부작용 구제기금을 운영하지만 우리 나라는 재원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PMS를 운영하는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다. 영국은 1960년대 초 약물안전위원회(CSM)를 설치하고 1964년부터 자발적 보고 제도를 도입했다. 제약회사·의사·약제사가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배포하고 있다. 영국 PMS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옐로 카드’이다. 운영은 의사와 약제사가 진료나 투약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즉시 보고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영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품 부작용 보고율을 자랑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앙에 ‘AFSSAPS’라는 PMS 전담 기구와 31개 지역에 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구는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데이터 베이스를 공유한다. 지역 약물감시센터는 제약회사의 의약품 감시 담당자를 교육하고, 기업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약품 감시 모임을 촉진하고 있다. 약품 정보가 가장 많은 제약회사들이 적극 참여한 덕분에 효율적인 약품 안전성 정보망이 구축되었다.

의약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PMS가 성공하려면 정부 차원의 의약품 안전성 관리 체계 구축과 제약회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제도를 빌려와 제도는 갖추었지만, 전문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제약회사들이 약품 안전에 대한 의식이 낮아 제대로 된 PMS 제도를 시행하기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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