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60억짜리 회사 1조원으로 키운 소진관 쌍용자동차 사장
  • 이철현 (leon@sisapress.com)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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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관 쌍용자동차 사장
소진관 쌍용자동차(쌍용차) 사장은 쌍용차의 ‘구세주’다. 쌍용차 채권단은 1999년 12월 소사장을 쌍용차의 새 선장으로 선임했다. “채권단으로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3일 동안 도망다녔다.” 당시 쌍용차는 재무 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전락해 난관에 처해 있었다. 소사장은 지난해 쌍용차를 당기순이익 3천억원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이번에 선정한 우수 최고경영자 심사 대상에서 소사장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거래소 정보통계부가 쌍용차의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산출하지 않아 계량적 평가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는 쌍용차가 워크아웃 기업으로 편입되자 쌍용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산출하지 않았다.

이번 평가의 또 다른 기준인 시가총액 상승률과 경상이익 증가율만 보면 소사장은 단연 1위다. 취임할 때 2백63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올해 8월25일 현재 9천7백85억원으로 커졌고, 취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경상 이익 누적액은 4천3백82억원에 이른다. 소사장은 올해 15만대 이상을 판매해 매출 3조원, 당기순이익 3천억원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채 비율은 100%대 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재무 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흑자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올해 안에 워크아웃 자율 추진 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룬 성과이지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거듭 사양하던 소사장을 9월5일 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쌍용차가 재기한 원인을 ‘운’으로 돌렸다. 외환 위기 이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크게 늘어, 레저용 차량 전문 생산 업체인 쌍용차의 매출과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레저용 차량의 시장 규모는 3배로 커졌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승용차 가운데 40% 이상이 레저용 차량이고, 금액 기준으로는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쌍용차가 성공한 것을 운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소사장은 “눈물겹게 힘든 와중에도 생산직과 영업직 사원들이 대표이사를 믿고 열심히 뛰어준 것이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소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평택공장에서 숙식하면서 생산직 직원들과 함께 뒹굴었다. “2년여를 공장에서 생산직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밥먹자 생산직 직원들이 대표이사를 믿기 시작했다. 무쏘 생산 라인의 능력을 시간당 12대에서 14대로 개선한 것은 현장 직원들의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 전에는 노사 분규로 번번이 생산 라인이 멎었던 쌍용차였으나, 소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단 한 건의 분규도 없었다. 올해 임금 단체협상도 자동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진통 없이 타결되었다.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은 떼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 불었던 파업 열풍을 피할 수 있었다.”

소사장은 해결하지 못한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연산 16만대를 생산하는 규모로는 안정된 수익 구조를 갖기 어렵다. 경쟁 업체들이 잇달아 레저용 차량을 출시하고 있어 시장 상황이 살벌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도 4∼5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소사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과 자본을 가진 회사와 제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사장은 성장과 매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내수 시장으로는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고 안정된 수익 기반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현재 상하이하이쭝과 합작해 중국에서 이스타나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소사장은 “체어맨·렉스턴 등 고가 차량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해 매출과 수익이 늘면 자연스럽게 인수 업체가 나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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