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받고 돈도 받고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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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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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의 ‘뇌물 단짝’ 최씨, 최고급 룸살롱에서 흥청망청
저축왕’ 노돈락씨와 ‘접대왕’ 최일락씨(6천만원 뇌물 수수로 구속)는 울산종건에서 소문난 단짝이었다. 2001년 6월, 검찰 수사 때 전기 업무 담당인 노씨와 최씨는 업자로부터 2백만원을 받아 나누어 가진 사실이 적발되었다. 당시 노씨는 정직 1개월, 최씨는 2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뇌물 수금을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업자들을 찾아가 손을 벌렸다. 업자가 봉투 1개만 주면 곧바로 6 대 4 또는 5 대 5로 현장에서 사이좋게 나누었다.

뇌물 수금에는 단짝이었지만 두 사람이 돈을 쓰는 방법은 판이했다. 노씨는 돈을 받으면 곧바로 저축했다. 노씨는 불어나는 예금 통장을 최씨에게 내보이며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노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인색했다. 밥 한끼, 술 한잔 제대로 산 적이 없었던 노씨는 구두쇠로 소문이 났다.

반면 술 좋아하는 최씨는 흥청망청이었다. 쾌락에 빠져 즐기는 생활이었다. 오늘 다 쓰더라도 며칠 뒤 업자들로부터 수백만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씨는 내연 관계를 맺고 있던 40대 여인에게 시가 3천만원 상당의 속칭 ‘함바집’ 운영을 맡기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는 그 많은 뇌물을 받아놓고도 5천만원이나 빚을 지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가 특히 업자들과 단골로 찾았던 유흥 주점은 울산 삼산 지구 업소들 가운데 수준급으로 친다는 ‘경○궁’이었다. 울산종건에서 불과 200여 m 떨어진 룸살롱 타운에 있는 경○궁은 2001년에도 한번 유명세를 치른 적이 있다. 당시 구속된 울산종건 정 아무개씨가 ‘삼산동의 황태자’라고 불릴 정도로 단골이었기 때문이다.

11월21일 밤 기자가 경○궁을 찾았을 때, 이 업소는 ‘한○’으로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20대 중반인 남자 종업원은 “국산 양주 500mg짜리가 25만원, 접대 아가씨 앉히는 데 1인당 8만원, 마담에게 8만원이 기본이다. 밴드비는 한 시간에 10만원, 아가씨와 2차는 20만원이다. 한번 접대하러 오면 보통 2백만원은 쓰고 간다”라고 말했다.

업자들은 특히 최씨가 ‘악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최씨가 유흥주점 접대와 뇌물을 모두 요구한 데다 때때로 자기가 마신 술값 대납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씨에 대해서도 업자들은 고개를 흔든다. 노씨가 술을 안 먹는다면서 접대할 돈 있으면 현금으로 달라고 업자들을 윽박질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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