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ㆍ보훈처 “PTSD는 처음 듣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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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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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보훈처, 논의조차 안해… 잠복기 길어 ‘유공자’ 판정 못 받아
베트남전에 참전해 부상한 군인들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국방부로부터 전상자(전투 혹은 이에 준하는 직무 수행중 다친 자)·공상자(직무 수행중 다친 자) 인정을 받아야 한다. PTSD 환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PTSD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매우 간단하다. PTSD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보상 문제는 보훈처 소관이므로, 만약 보훈처가 건의한다면 적극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에서 전상·공상으로 인정받으면 다음 단계로 보훈처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PTSD 환자들의 경우, 국방부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방부가 이런 환자를 전상·공상자라고 통보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PTSD와 관련한 보훈처의 입장은 국방부와 다르지 않다.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역시 국가 유공자로 대우받을 수 있고, 실제로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외과·내과 질환과 마찬가지로 전상·공상임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전상·공상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국방부나 보훈처는 군 복무 시절의 병적 기록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군 복무 때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면, 전상·공상으로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병의 원인과 발병 시기 사이에 존재하는 ‘잠복기’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 출신 PTSD 환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인 셈이다.

李文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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