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시민단체 공천 반대 의견 따르겠다”
  • 金鍾民 기자 ()
  • 승인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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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교체해야” 64%… 인천 지역 물갈이 욕구 특히 높아
수도권에 출마할 후보자들은 시민단체들의 명단 발표에 단단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음모론으로 받아쳐 논란이 되고 있지만, 수도권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응답자의 77%가 ‘2000년 총선 시민 연대’(총선시민연대)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발표가 적절했다고 대답했고, 지지 후보가 명단에 포함될 경우 다른 후보를 찍거나 기권하는 등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응답자 역시 68.3%에 달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수도권 유권자들은 현역 의원을 물갈이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현역 의원 재신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4.0%가 교체해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9.6%에 지나지 않았다(표 1 참조). 특히 인천 지역의 경우 응답자의 75.4%가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대답해 현역 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71.6%가 현역 교체를 희망해 비교적 강한 물갈이 의지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경기 북부 지역에서 물갈이 지지율이 낮게 나왔으나 그래도 50%는 넘는 수준이어서 전체적으로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높은 편이다.


“총선시민연대 발표 신뢰한다” 압도적

또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유권자들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운동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 반대자 발표가 선정 과정이나 형평성 등에서 적절했는가를 묻는 물음에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인 77.0%가 적절했다고 대답했다(표 2 참조). 적절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19.7%의 응답자 중에서도 전혀 적절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이 질문에 응답하지 않은 무응답자 비율은 3.3%에 그쳐 총선시민연대 명단 발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은 뚜렷한 것으로 보이며, 그 방향은 ‘신뢰’ 쪽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과 화이트칼라층에서, 지역 별로는 신도시에서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한나라당 지지층(65.9%)보다 민주당 지지층(81.6%)에서 신뢰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지지 정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보였으나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무당파층의 79%가 총선시민연대의 발표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어 전체적으로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총선시민연대의 발표를 믿는 쪽이다. 이러한 결과는 총선시민연대가 김종필 전 총리를 공천 부적격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24쪽 기사 참조). 응답자의 72.6%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5명에 1명꼴이었다.

결국 자민련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한나라당이 명단 선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등 정치권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수도권 유권자들은 총선시민연대의 발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신뢰가 바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총선시민연대의 명단 발표에 유권자들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명단에 포함된 김종필 전 총리 등 66명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그런 만큼 해당 인사들의 반발 역시 거셀 것이 분명하고, 그 문제 제기가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좀더 여론의 검증을 거친 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가장 관심이 큰 문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유권자들의 실제 투표 행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공천 반대자 명단에 포함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물음에 마음 먹었던 대로 투표하겠다는 소신파가 39%인 반면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사람이 45.0%, 기권하겠다는 사람이 13.3%에 이르는 등, 지지 철회 의사를 보인 사람이 58.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참조). 특히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욕구가 높게 나타난 인천 지역의 경우 지지 후보를 교체하겠다는 적극 수용층(58.3%)과 기권하겠다는 소극 수용층(9.8%) 등 총선시민연대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사람(68.1%)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천·낙선운동이 당락 좌우할 듯

지지 정당에 따른 응답자의 성향을 살펴보면, 역시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지지 철회 의사를 보인 사람(44.2%)보다 소신파(53.7%)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지지 철회 의사를 보인 사람(64.4%)이 소신파(34.7%)보다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도권 선거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부동층의 경우 총선시민연대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지지 철회파(60.9%)가 수용하지 않겠다는 소신파(35.1%)를 크게 앞질러, 현재의 분위기대로라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 가운데 이번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총선시민연대, 정치개혁시민연대(정개련) 등 세 단체가 발표한 명단에 모두 올라 있는 이성호 의원(민주당·경기 남양주), 노승우 의원(자민련·서울 동대문갑), 이태섭 의원(자민련·경기 수원 장안) 등 3명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아래 표 참조). 두 단체의 명단에 오른 의원 13명 역시 고전이 예상된다. 또한 세 단체의 명단 가운데 비록 한 군데만 올랐더라도 총선시민연대의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실련과 정개련의 경우 직접적으로 공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문제 사실을 공개하는 차원인 반면 총선시민연대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공천 부적격자를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더 직접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총선시민연대의 경우 참여 단체가 많아 낙선운동의 파괴력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출마 예상자 가운데 총선시민연대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모두 9명. 민주당에서는 김상현(서울 서대문갑)·손세일(서울 은평갑)·이성호(경기 남양주) 등 세 의원이 꼽혔고, 자민련에서는 노승우(서울 동대문갑)·이태섭(경기 수원 장안) 의원 등 두 사람이, 한나라당에서는 김중위(서울 강동을)·박성범(서울 중구)·백남치(서울 노원갑)·오세응(경기 분당) 등 네 명의 의원이 명단에 올랐다. 중진 물갈이 압력을 함께 받고 있는 민주당 김상현·손세일·이성호 의원의 경우에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 포함된 자민련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협이 덜할 것으로 보이지만, 본선에서는 상대 후보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질 것이 분명해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역 물갈이 의지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높게 나타난 인천 지역의 해당 의원 4명(서정화·이강희·심정구·조진형)도 공천 과정이나 본선에서 힘겨운 터널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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