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근세''밴드를 아십니까?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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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25명으로 구성… 음악 통해 애환 달래
세금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고 인터넷을 뒤지던 한 대학생의 눈에 ‘갑근세 밴드’라는 이름이 번쩍 띄었다. ‘갑근세’와 ‘밴드’라는, 얼핏 보기에 잘 조합되지 않는 두 단어는 그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는 갑근세 밴드 홈페이지(user. chollian.net/∼ggsband)에 접속했지만 눈을 씻고 보아도 세금과 관련되는 이야기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방명록에 ‘정말 황당하군요’라고 소감을 밝힌 뒤 황망히 홈페이지를 빠져나갔다.

황당하기는 갑근세 밴드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일반인보다 세금에 관해 더 아는 것은 없다. 그럼 왜 ‘갑근세’인가. 갑근세 밴드라는 이름을 지은 구자중 회장(33·지에이드 기획실장)은 “갑근세는 직장인, 그 중에서도 월급쟁이를 상징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25명으로 구성된 갑근세 밴드는 ‘부가세·특소세·주세·교육세·주민세’ 5개 밴드를 대표하는 동아리 이름. 구자중 회장이 지난해 8월 PC통신 천리안·유니텔에 직장인 밴드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모임의 첫발을 내디뎠다.

공고를 보고 몰려든 지원자 백여 명 가운데서 24∼41세 남녀 25명이 선발되었다. ‘할아버지·할머니 빅 밴드’가 될 때까지 이 멤버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 갑근세 밴드의 희망 사항.

1주일에 한 번씩 서울 서초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팀 별로 만나 3∼4시간 연습하고 소주 한잔 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 구회장과 함께 주민세 밴드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주자 김형돈씨(30·연하나로기획)는 “직장에서는 누구나 그렇듯이 세금 이야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문제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밴드 회원들과 만나면 온통 음악 이야기뿐이다”라고 말했다.

특이한 밴드 이름 때문에 그 존재가 국세청에까지 알려졌고, 서초세무서 서장이 밴드 회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자중 회장은 ‘우리는 음악 동아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한다.

가슴 한켠에 웅크리고 있던 열정을 발산할 기회를 찾은 샐러리맨들. 이들에게는 갑근세 밴드가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을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 주는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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