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밀은 DODSAK에 물어보라
  • 이교관 기자 ()
  • 승인 1996.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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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대북 첩보 수집 업무 주도…CIA 한국지부보다 ‘한 수 위’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개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꼽는다. 물론 CIA가 사람이 수집한 정보인 인적 정보(humint) 확보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첩보전의 성과를 기술 정보(techint)가 좌우하게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은 최근 창설된 미국의 국가형상지도국(NIMA)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형상지도국이 최첨단 첩보기와 인공위성 등을 통한 기술 정보 수집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각국의 지도와 도표 등 형상을 개발하는 국가형상지도국을 창설한 것은 지난 10월1일이다. 그전에는 첩보기와 위성을 통한 기술 정보 수집 업무가 CIA와 국방부 산하 8개 정보기관에 분산되어 있었다. 사실 CIA가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을 80년대 초반부터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첩보 위성 덕분이었다. 당시 CIA가 입수한 첩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94년 방북해 영변의 5MW급 원자로를 확인한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북한 같은 폐쇄적인 국가들의 군사적인 움직임을 알려면 첩보기와 위성 등 첨단 기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이 굳이 국가형상지도국이라는 거대한 정보기관을 창설한 것도 날로 기술 정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첩보기와 위성을 통한 정보 수집 업무가 CIA와 국방부 산하 8개 기관에 흩어져 있음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관료적 갈등을 없애고자 국가형상지도국을 창설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방만했던 미국의 첩보 수집 체제는 중앙정보국·국가형상지도국과 초극비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 세 기관으로 3원화했다. 첩보기와 위성을 통해 수집한 사진 등 영상 정보는 국가형상지도국이, 인적 정보는 중앙정보국이, 도청·감청을 통한 신호 정보는 국방정보국이 담당하는 트로이카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이 세 정보기관들이 공조만 철저히 하면 전보다 훨씬 정확한 첩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미국은 이미 94년 1월 극비리에 CIA와 국방부 산하 8개 정보기관에서 차출한 요원들로 구성된 대북첩보활동지원팀(NIST)을 서울에 파견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제의를 거부하자 북한의 내부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대북첩보활동지원팀은 미국 첩보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장비까지 갖춰, 예전처럼 각 정보기관이 올린 정보가 워싱턴에서 취합되어 한국에 전달되는 동안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을 개선했다.

미국이 한국 내에서 벌이는 대북 첩보 수집 임무는 CIA 한국지부와 주한미군 사령부 산하 국방부 한국지원단(DODSAK)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CIA 한국지부장이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그의 대외 공식 직함은 주한 미국대사의 특별보좌관 겸 지역문제 담당 참사관이다. 말하자면 CIA 요원 신분을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한 셈이다. CIA 한국지부는 지역문제연구실(ORS)과 외국방송정보청취팀(FBIS)으로 구성되어 있다.

CIA 북한 정보 분석관 5백여 명

미국대사관 5층에 있는 지역문제연구실은 CIA 한국지부의 공개 하부 조직으로서 자체 요원이나 주한미군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분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요원 수는 15명 정도인데, 이 중 3~4명은 정보 분석에 종사하고 나머지 요원은 외근하면서 직접 대북 첩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외국방송정보청취팀은 미국대사관 3층에 있으며 한국·북한·중국·러시아 방송을 청취한다. 요원은 30여 명이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은 이 두 부서에 근무하는 정식 요원 이외에 대사관내 정치과 등 주요 부서에서 외교관으로 신분을 숨기기도 한다. 게다가 아예 미국 기업들의 한국 주재원으로 위장해 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대북한 및 대한국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 CIA 요원들은 대략 40~50명 선으로 추정된다. 현재 CIA 전체 요원 1만8천여명 가운데 북한 정보 분석관은 약 5백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 4개 정보대가 통합된 DODSAK

미국이 한국에서 벌이는 대북 첩보 수집 업무에서는 한국지원단이 CIA 한국지부보다 더 핵심적인 일을 한다. 무엇보다도 CIA 한국지부의 기술 정보 수집 수단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CIA는 한국에서 정치 공작에 더 주력한다. CIA 한국지부와 달리 한국지원단은 미군이 운영하는 각종 첩보기·위성과 통신 감청 장비들을 통해 북한의 군사 움직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첩보 수집 업무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한국지원단이 창설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국방정보국이 육군 501군사정보여단(MIB)·해군방첩수사대(NIS)·공군 제45지구 방첩수사대(OSI)·제32지구 특활정보대(AFIC) 등 주한미군 산하 4개 정보부대를 통합해 창설했다. 통합 목적은 분산되어 있던 첩보 수집 임무를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주한미군 소식통이 밝혔다.

한국지원단이 보유한 첩보 수집 수단은 ‘헬밋’과 ‘올림픽 게임’ 두 가지이다. 헬밋은 KH9와 KH11 등 사진 촬영 첩보 위성을 가리키는 암호명이다. 수백㎞ 상공에서도 30~10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는 이 위성들은 하루에 몇 차례씩 북한 상공 2백~5백㎞ 를 통과하면서 스커드 미사일 기지와 잠수함 기지 등을 감시한다. 올림픽 게임은 휴전선 북쪽 1백50㎞ 후방 지역까지 샅샅이 훑을 수 있는 U2R라는 고공 정찰기를 가리키는 암호명이다. U2R는 매일 한 번씩 대북 정찰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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