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혁신 앞장선 장회익 교수 인터뷰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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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모두 사는 윈-윈 게임 하자"


장회익 교수(63)는 한국을 대표하는 물리학자이자 '온 생명' 사상 주창자이다. 학계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아 온 노교수가 정년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서울대 개혁'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자초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들어 보았다.




어떻게 서울대 학부생을 뽑지 않겠다는 혁명적인 발상을 하게 되었습니까?


교육 문제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절박했습니다. 오전 1시에 귀가해 5시에 다시 집을 나서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때로 섬뜩합니다. 이렇게 살인적인 입시 경쟁을 치르다 보니 대학에 들어온 학생 대부분이 진이 빠져 있습니다. 진정한 자기 성취는 대학 시절부터 이루어 내야 할 텐데, '얕은 성취감'에 자족하는 학생들을 보며 교수도 더 이상 다그치지를 못합니다. 이대로라면 학문의 미래는 없는 것이죠.


언뜻 보면 서울대의 손해가 막심할 듯한데요.


'국립대 학사과정 개방 방안'은 국립대·사립대·지방대가 다같이 잘살아 보자는 윈-윈 전략입니다. 서울대가 학부생을 뽑지 않으면 명문 사립대는 우수한 학생을 분산·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방 국립대 또한 우수한 학생을 서울에 더 이상 뺏기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위상이 높아질 것입니다. 서울대는 연합 국립대에 속한 학생 중 학문에 열의가 있는 사람을 선발해 '엄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학문 중심 대학,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울대가 지금보다 더 특혜를 받게 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서울대 폐지론이나 민영화론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울대가 '간판'을 달아주는 역기능을 버리고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순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끔 국가적 지원을 오히려 강화해야지요. 서울대 출신 박사가 언제까지 하버드 출신 박사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획기적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적(서울대 입학)이 문제가 되면 표적 자체를 치워 버려야죠. 표적에 이르는 도구(입시)만 이리저리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나요? 행정 당국이 위로부터 밀어붙이는 방식의 교육 개혁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저희가 내놓은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기를, 온 국민 앞에 정중히 제안합니다.


■ '서울대 개혁안'을 제안한 교수 20인 명단(가나다 순)

강명구, 고철환, 곽광수, 김영식, 김인걸, 노오현, 백낙청, 서정선, 소광섭, 안경환, 안삼환, 이애주, 장회익, 조동일, 최갑수, 최무영, 최우갑, 한기상, 한상진, 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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