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식 전 상무
  • 이숙이·주진우 기자 ()
  • 승인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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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모임 후 김병량이 직접 줬다”
<시사저널> 은 부천 범박동 재개발 사업의 핵심 인물인 김병량 기양건설산업 회장·이교식 기양건설산업 전 상무와 각각 인터뷰했다. 이 전 상무는 <시사저널> 681호를 통해 김회장이 한인옥씨에게 비자금 10억원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시사저널>은 또 1997년 양재동 혜화다방을 운영했던 이 아무개 사장과도 인터뷰했다. 이씨는 이 전 상무가 “김회장이 다방 종업원들에게 통장을 주고 돈을 찾아오게 했다”라고 했던 그 다방의 사장이었다. 강원도에 내려가 있던 김회장은 두 달여에 걸친 <시사저널>의 설득 끝에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교식씨도 다른 언론과는 일절 인터뷰를 거부하고 <시사저널>과 다시 만났다. 김회장과의 인터뷰는 11월9일과 10일 이틀간 호텔 커피숍 등지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이씨와의 인터뷰는 11월10일 밤 3시간 동안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아무개 사장과의 인터뷰는 현재 이씨가 운영하는 양재동 ㅁ노래방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김회장과 함께 신라호텔에 간 게 사실인가?


1997년 꼭 이맘때였다. 다방에서 한인옥씨를 만나러 가자면서 김병량은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신앙촌 사업은 무조건 한다”라고 했다. 6∼7시쯤 신라호텔에 도착했다. 김병량의 차로 갔다. 운전은 김병량이 했다. 1층 커피숍에서 시온학원 이사장 이청환을 만나 차를 마시다가 민중식씨가 오자 악수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민씨는 내외건축 사장이다.


행사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2층에는 장순예가 먼저 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가 둥그런 탁자에서 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날 사회자는 ‘오늘 이회창 후보는 급한 일이 생겨 한인옥씨와 서상목씨만 왔다’는 멘트를 했다. 장순예가 ‘언니, 언니’하고 한인옥씨와 친한 척했고, 민사장도 발이 너른 것 같았다. 김병량·이청환·민중식이 모두 한인옥씨와 인사하고 악수하고 그랬다. 나는 음식을 먹고 로비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지 않았다. 김병량이 모임 2∼3일이 지난 후에 한인옥씨에게 5천만원 주었다고 했다.


한인옥씨와 장순예씨는 친척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친척이었는데 지금은 친척이 아닐 수도 있나.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인옥씨가 처가의 친척이 되는 사람이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다 아는 사실이다. 신라호텔에서도 둘이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친근감 있는 모습이었다.


신라호텔에 다녀온 이후 달라진 게 있나?


이청환과 김병량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다. 엄청나게 가까워져 1주일에 5일은 룸살롱과 카바레에 드나들었다. 원래 이청환은 김병량을 이용하려고 했다. 김병량이 돈 갖다 바치고 룸살롱·카바레 데리고 가고 얼마나 좋은가. 땅값도 평당 50만원짜리를 3백만원짜리로 만들어 뒤로 돈 가져오라면 하고. 김병량이 실상은 별 볼일 없었다. 당시 김병량은 위기 의식을 느꼈다. 부인이 한인옥씨 친척이라고 하니 정치권에 줄을 대고 싶어하는 이청환이 부쩍 관심을 보였다. 이청환은 신앙촌 관계로 정치인과 교제하는 데 목말라 했다.


김회장과는 어떻게 알았나?


동학사 온천을 개발하면서 둘 다 손해를 봤다. 고소하는 과정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없을 때는 친한 친구였다. 둘 다 어려웠다. 난 5백만원짜리 사글세, 김병량은 천만원짜리 사글셋방에서 살았다. 주머니 뒤져 천원짜리 몇 장 나오면 라면 사먹고, 국수 사먹고 그랬다. 김병량이 ‘사업을 같이 하자. 너와 나는 반반이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돈을 벌자 나를 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가?


김병량은 건축은 잘 모른다. 기양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처리하고, 시청 일은 강문식이, 김병량은 이청환을 조정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청환은 김 청씨가 만나게 해주었다. 김 청은 내 선배다. 직원 송 아무개는 ‘이상무가 차려놓은 밥상에 김회장이 젓가락만 가지고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혜화다방은 자주 갔는가?


김병량과 거의 매일 아침 다방에서 만나 저녁에 헤어졌다. 회사 서류 결재도 다방에서 했다. 기소 중지되어서 회사에 갈 수도 없었다. 아침에 고스톱 치고 또 저녁까지 고스톱 치고 했다.


한인옥씨에게 10억원이 건너갔다는 증거는?


김병량이 어느 정도 얘기를 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김병량은 신라호텔에서 5천만원을 한인옥에게 주었다고 말했고, 미스 민(혜화다방의 종업원)도 대선자금 3억원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기양의 통장 원장이 있으면 돈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또 양재동 주택은행 출금내역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더 정확한 증거는 검찰에서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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