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한나라당 특별시’?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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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반대 등 ‘일방 통행’…다른 당 소속 시의원은 왕따 신세
지난 9월2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시장실을 항의 방문했을 때 이들을 막은 것은 비서실 직원이 아니라 시의회 의원들이었다. 시의회는 이명박 시장에게 든든한 방패막이다. 이시장은 9월24일 “예산은 시의회 소관이니까 시의회가 요구한다면 수도이전반대운동에 예산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라며 시의회를 끌고 들어왔다.

최근 서울시 의회의 행보는 요란하다. 6월 29일 시청광장에서 ‘수도이전반대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한 이후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 1천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 행보 뒤에는 한나라당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다. 현재 시의원 1백1명 가운데 8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9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숫자도 숫자지만 의회 운영은 마치 ‘한나라당의 사조직’을 방불케 한다. 손석기 열린우리당 시의원은 “최근 의회 이름을 내건 성명서들은 비한나라당 의원들과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것들이다. 특정 당의 의견이 마치 의회 전체의 합의를 모은 것처럼 발표되어 문제다”라고 말했다.

주요 정책은 이미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총회에서 결정나기 때문에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의총과 시본회의를 혼동하는 촌극도 곧잘 벌어진다. 이러다 보니 물밑 정치가 우선된다. 한나라당 소속 허병화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질의 토론이 없다. 정책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본회의는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라며 절차 문제를 거론했다. 시 원구성도 암암리에 결정되어 상임위원장 선출 투표가 아예 입후보자 없이 진행되기도 했다.

수도이전반대운동은 한나라당 시의원 내부의 정치적 구도를 바꾸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원래 이명박 시장에게 비판적인 의원도 꽤 있었다. 그런데 수도이전반대 바람에 강경파가 의회를 주도하면서 소신파 목소리는 증발했다”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은 “특위를 구성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이미 요직 배분은 끝난 상태였다. 수도이전반대는 ‘마술방망이’다. 뭐든 수도이전반대 명목만 붙이면 만사 오케이다”라고 말했다.

시의원들 사이에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져 시의회 안에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회(특위)와 수도이전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가 양립하고 있다. 최근에 특위와 대책위는 예산 지원을 놓고 갈등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심재옥 시의원은 “의회가 뭘 해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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