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이끈 숨은 주역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4.10.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수도 건설’ 문제 제기에서 헌법소원 청구까지, 숨은 주역들
지난 1월2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교수들이 모여 ‘목련 결의’를 했다.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을 만들기로 하고,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것이다. 헌법소원이라는 반짝 아이디어는 이 날 제기되었다.

전 한양대 교수 전기성씨(68)가 ‘특별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발제를 했다. 지난 정부 때 대통령 소속인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산업건설 분과위원장을 지낸 전씨는 2월 한 달 동안 돋보기를 쓰고 국회도서관에서 살았다. 혼자서 전세계 국가의 헌법을 뒤져, 81개국 헌법에 수도가 명시되어 있고, 4개국에는 수도 위치와 이전에 대한 헌법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월4일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창립총회에서 전씨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적법성 평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수도는 헌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논지였다. 관습 헌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논리였다.

불문법이라는 아이디어를 법리로 발전시켜 본격 제공한 주인공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다. 최교수와 전기성씨는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지난 6월 최교수는 한 언론에 특별법이 관습 헌법에 어긋난다고 기고했다.

7월12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뒤부터는 이석연 변호사가 진두 지휘했다. 이변호사는 청구 소장에서 수도는 불문 헌법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지난 8월 추가로 낸 청구이유보충서에서는 불문 헌법을 개정하려면 성문 헌법 개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쐐기를 박는 주장도 담았다. 이 법리를 제공한 주인공은 김문희 변호사다.

김문희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헌재 원년 멤버였다. 헌재의 대표적인 정치적 판결로 남아있는 12·12 사건 결정 때 김변호사는 “공소 시효가 지났으니 각하되어야 한다”라고 가장 보수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