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없는 2백억원의 행방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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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 계열 미국 베데스다 대학, 이주비 송금 과정 불투명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 유클리드 거리에 있는 베데스다 신학대학은 최근 두 가지 뉴스로 국내 언론에 오르내렸다. 하나는 병역 기피자로 국내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씨가 올해 가을 학기 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뉴스다. 다른 하나는 미국 베데스다 대학의 한국 캠퍼스인 서울 양재동 소재 베데스다 대학이 교육부 미인가 교육시설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뉴스다.

서울과 미국의 베데스다 대학 모두 순복음교회 조용기 당회장이 세운 학교이다. 조목사는 얼마 전까지 베데스다 신학대학의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1999년 3월 설립된 베데스다 대학 서울캠퍼스는 5년 동안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하면서 학생들로부터 한 학기당 수업료로 3백20만 ~4백만 원을 받아왔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10월 초 조용기 목사를 약식 기소했다. 검찰측은 “실정법 위반이기는 하지만 조용기 목사측이 올해 6월 자진 폐교한 점을 감안했다”라고 말했다.

가수 유승준, 올 가을에 입학

그런데 이 베데스다 대학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의혹이 하나 있다. 이 대학은 최근 거액을 투자해 빌딩과 땅을 사들였는데, 도대체 대학이 어떻게 해서 그처럼 막대한 돈을 조달할 수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미국 베데스다 대학은 최근 애너하임에 있는 캠퍼스를 인근 토랜스의 해밀턴 가에 있는 빌딩으로 이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베데스다 대학은 11월 초 토랜스의 해당 주소에 있는 빌딩과 땅을 1천1백90만 달러(1백20억원)에 구입했다. 여기에 리모델링 비용이 8백만 달러가 넘게 소요된다.

문제는 2백억원이 넘는 거액을 대학이 어떻게 마련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 베데스다 대학 관계자(목사)는 자금 출처에 관한 질문에 대해 “액수를 어떻게 알았느냐?”라며 당황해 했다. 그는 “자금 문제 담당자가 출장 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보낸 자금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법적(외환관리법)으로 힘들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평소 해외선교비가 연간 45억원 정도 책정되는데 올해 갑자기 2백억원이 넘게 책정되었다. 이 돈은 대부분 미국 베데스다 대학 이전·개축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현행 외환거래법으로는 2백억원 이상의 거액을 신고하지 않고 송금하면 징역 1년 이하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미국 베데스다 대학은 이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미국 베데스다 대학에는 신학대학원·음악학부·유아교육학과·디자인학부가 개설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인가로 운영하다가 1983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대학 인가를 받았다. 학생의 90% 이상이 한국 교민이어서 수업도 대체로 한국어로 진행한다.

조목사 측근, 이 학교 출신 많아

조용기 목사의 측근 가운데에는 이 대학 출신이 많다. 아내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이 대학에서 신학 과정을 마쳤다고 자신을 소개해왔는데, 정확한 수학 연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성혜씨는 1999년 이 대학 부이사장을 맡았고 2001년에는 ‘명예 총장(Chancellor)’에 취임했다. 조용기 목사의 오른팔인 최성규 목사도 베데스다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목사의 약력에는 ‘미국 베데스다 대학 이사장’ 직함이 있었다. 11월 중순 현재 미국 베데스다 대학 홈페이지 이사회 명단에는 조용기 목사가 이사장이 아니라 ‘설립자’로 표시되어 있으며, 신정철재(주) 박종근 대표이사가 이사장으로 되어 있다.

한편 미국 베데스다 대학은 가수 유승준씨가 올해 등록은 했지만 실제 학교에 다니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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