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산성비의 주범은 중국과 남북한
  • 피터 헤이즈(노틸러스연구소 소장), 정리·朴在權 기 ()
  • 승인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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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동북아에 피해 주는 유황물질 99% 배출… 지역 협의체 구성해 대처해야
피터 헤이즈(노틸러스연구소 소장)

산성비는 대기에 배출된 황산이나 질산 같은 오염 물질이 물·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킬 때 생기며,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산성비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주요 관심사였다. 대기권에 방출된 최초의 오염 물질은 보통 황산이나 질산 같은 강산성으로 바뀌는데, 대기중의 알칼리 성분과 섞여 중화되지 않을 경우 지구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소이온농도를 나타내는 pH는 중성인 7을 기준으로 하여 이보다 크면 알칼리성, 작으면 산성으로 분류된다. 오염되지 않은 지역의 pH 농도는 대체로 5.5∼6.5 정도로 약산성을 띠는데, 이는 이산화탄소가 물과 결합해 탄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미의 여러 지역에서 비의 pH 농도는 4 이하로 떨어졌다(이 정도면 많은 채소류가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북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pH 농도의 하락은 유황 성분 배출과 공기 순환, 산성비의 분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성비는 토양의 자양분을 줄게 만들거나 민물이나 호수의 어류를 멸족·감소시키기도 하며, 흙 속의 박테리아와 곰팡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카드뮴 같은 중금속의 양을 증가시키며, 살충제로 오염된 토양을 더욱 못쓰게 만든다. 산성비는 또한 유럽의 산림을 황폐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한국은 산성비 직접 피해 지역

산성비는 독립변수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토지 이용, 도시, 교통과 그밖의 사회 경제적 문제들과 긴밀히 관련돼 있는 복합적 성격을 띤다. 산성비는 또 산림·농업·관광 등 상업적·문화적 가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유럽이나 북미 지역 못지 않게 산성비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왔다. 사실 아시아의 황산 배출량은 21세기 초에는 유럽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많아져 2010년에는 7천5백만t에 이를 전망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산성비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와 중국·남북한 공장에서 배출하는 고농도의 유황 물질 때문이다. 중국 북부와 남부 지방은 특히 이산화황 배출량이 높다. 중국의 최대 화력발전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연소한 석탄에는 2% 이상의 유황 성분이 들어 있다. 저유황 성분의 석탄이라도 에너지 효율이 낮은 발전소에서 연소시키면 많은 이산화황을 배출할 수 있다. 산성비는 생물 자원에 해를 주어 숲을 파괴하며 산성비 해를 입는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

한국·북한·일본의 과학자들은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넘어오는 산성비 때문에 자기들이 고통 받는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일부 학자들은 북서쪽 러시아와 국경에서 발생하는 산성비 때문에 몽고가 영향을 받는 점을 주목한다. 때에 따라 일부 국가는 산성비를 내리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 해를 입기도 한다. 북한이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바람은 겨울(1월)에는 아시아 대륙에서 바다로, 여름(7월)에는 그 반대로 분다.

세계은행이 90년에 주도해 최근 완료한 ‘아시아의 비(RAINS-ASIA)’ 프로젝트에 따르면, 중국 동북지방과 일본·남북한은 상대적으로 산성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90년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배출한 황산의 양은 대략 3천4백만t에 이른다. 이 중 동북아시아 5개국(한국·북한·중국·일본·몽고)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산성비의 양은 계절에 따라 아주 다르다. 바람과 계절풍 기후 때문이다. 아시아 북부지역의 경우 겨울에는 난방을 하기 때문에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아지고, 계절에 따라 화학 반응과 산성도의 비율도 달라진다. 동북아 지역에서 산성비가 많이 내리는 때는 12∼2월과 우기인 6∼8월이다. 매년 동해 지역에서 비·눈·이슬 형태로 내리는 산성 물질의 30% 이상은 겨울에 발생한다. 화산 역시 중요한데, 일본의 경우 이것은 전체 산화물의 30% 가까이를 발생시킨다.

작물과 숲에 산성비가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는 20~30㎍/㎥ 수준에서 발생하는데, 중국과 한국의 많은 지역은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섰다.

동북아시아는 해마다 대규모 황사 현상을 경험한다. 먼지 속에는 칼슘·마그네슘·칼륨·나트륨 등 알칼리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산성비의 일부를 중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의 유황 물질 배출 수준은 북미·유럽 지역과 비슷하지만, 비의 pH 농도는 훨씬 높다.

90년에 일본에 떨어진 전체 유황 물질은 약 40만t인데, 그 중 일본 자체에서 발생한 것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7%, 중국에서 10%, 기타 화산에서 30% 정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90년 유황 물질이 국경을 넘어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떨어진 양(약 29만2천t)의 책임 소재를 따져보면 중국은 47%, 한국은 29%, 북한은 약 23%이다. 반면 일본은 1% 정도밖에 책임이 없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 보아 장래에 지표면에 쌓일 산화물의 양에 따라 환경 문제의 심각도가 결정될 것이다.
중국, 유황물질 배출 줄이기에 인색

특히 동북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은 유황 배출물을 감소시키기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또 △석유·석탄·디젤 연료를 연소시키기 전에 유황 성분을 제거하거나 △연료가 연소되는 동안, 또는 연소된 뒤에 배기 가스를 처리함으로써 유황 성분을 제거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산화물 배출 단계에서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산성비를 줄이는 방식을 개발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공급 비용을 낮추고, 온실 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며, 현대식 건물을 짓는 것 등이 그 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2020년까지 배출될 황산의 양이 1억1천만t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이 유황 성분 배출을 줄이는 데 돈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 투자할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이 바다나 다른 국가에 떨어질 때는 더욱 그렇다. 일본은 협력 기금을 대주고 중국의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려고 시도했지만, 중국은 이것을 부당한 ‘환경 조건 설정’이라고 거부하고, 기금을 화력발전소 확충에 지출하고 싶어한다. 중국은 환경 관리 기술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오염 물질 배출 양(추정)을 줄이기 위해 일본과 협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산성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처를 취해야 한다. 첫째, 정치적 선언과 과학적 노력을 지역 차원에서 시작해, 산성비 발생과 이동 및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둘째, 동북아 국가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 문제를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지역내 협의체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 경험한 것처럼 그런 협의체는 각국에 오염 물질 배출과 통제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도록 요구할 것이다.

셋째,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연료를 교체하는 등의 사전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염 물질 배출량을 제로 또는 그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각국이 산성비를 만드는 오염 물질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산성비를 포함한 환경 문제에 쓸 자본을 공공 부문과 개인 부문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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