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대북 정책 실현 가능성 '의문'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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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군축 문제 '일괄 타결' 어려워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로 제안한 '포괄적 접근(comprehensive approach)'의 핵심은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 군비 위협 문제를 따로 떼어 다루기보다는 한데 묶어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협상했던 클린턴 행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협상 의제도 3개나 되는 만큼 타결될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그래서인지 새 대북 정책의 실현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영향력 있는 민간 외교정책 기관인 외교평의회(CFR)의 로버트 매닝 아시아국장은, 부시 대통령이 세 가지 현안 모두를 제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미국 전문가는 △휴전선 일대의 북한 인민군을 후방으로 빼고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사찰을 받고 △미사일 계획의 검증을 내세운 것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미사일 계획에 대한 '검증 가능한 규제(verifiable constraints)'를 요구했다. 미국 의회 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부시 대통령이 사용한 '규제'라는 표현은 과거 윌리엄 페리 북한정책조정관이 그의 보고서에서 사용한 '중단(cessation)'이라는 표현에 비해 후퇴했음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미사일 연구와 개발 문제는 접어두고 우선 검증 가능한 부분, 즉 발사 실험과 배치 문제만을 협상 대상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검증이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클린턴 행정부가 미사일 계획 포기를 조건으로 한 위성 대리 발사 문제에 합의하고도 결국 북한과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던 까닭도 검증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부시, 미·북 관계 수립 '복안' 제시 안해


다음으로 제네바 기본합의문 실행 개선 문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공화당 우파가 강력히 주장해온 기본합의문 재협상 요구를 묵살했다. 대신 합의문의 북한 핵사찰과 관련된 실행 사항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본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당초 경수로 완공 시점인 2004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에 따라 과거의 핵물질 추출 여부에 대한 사찰을 받을 의무가 없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사찰을 앞당겨 실시하자는 것이다. 북한 입장은 조기 사찰 '불가' 쪽이다. 오히려 북한은 예정보다 4년 늦은 2008년께 완공될 경수로 공사 지연과 관련해 전력 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의 재래식 군비 위협이다. 이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3대 협상 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협상 대상에서 이 부문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닉시 박사는 북한 인민군의 일방적인 감군 또는 철수를 겨냥한 이번 제의는 실현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한미군과 남한군의 상호 감군 또는 철수가 아닌 다음에야 북한이 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병력 감축 문제와 관련해 우선 주한미군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협상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 복안조차 제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커트 켐벨 부소장은 "북한의 재래식 군비 위협 문제와 미사일 검증과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좀더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에 협상 의제를 제시하며 앞으로 북한이 호응할 경우 인도적인 지원과 제재 완화, 나아가 정치적 조처를 고려하겠다며 나름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미 대화의 궁극 목표인 양국 관계 수립에 관한 복안은 나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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