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非核’ 속으로는 ‘半核’
  • 오바 사토미 (플루토늄액션히로시마 대표) ()
  • 승인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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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기급 플루토늄’ 비축량 계속 늘려



지난 4월 초 일본 자유당의 리더 오자와 이치로 씨는 일본이 상업용 원자로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을 사용해 핵탄두 수천 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말해 이웃 나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곧 이어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한술 더 떠 일본이 ‘비핵 3원칙’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까지 발언했다.


미·일 안보 동맹 아래 이루어진 일본의 군사·핵 발전사를 돌이켜볼 때 오자와와 후쿠다 같은 지도자들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은 미군에 의해 깨진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 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요코스카와 이와쿠니, 사세보와 오키나와를 수시로 들락거리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일본에 핵무기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일본의 한 지역 신문은 최근, 아오모리 현의 미사와(주일 미군) 공군 기지가 오랫동안 러시아·중국·북한을 표적으로 한 핵무기 기지로 사용되어 왔다고 폭로했다.


일본 핵의 중요한 논점으로는 비록 2차적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핵 발전(소) 문제가 있다. 일본은 이미 이른바 ‘평화로운 원자력’이라는 미명 아래 핵무기는 물론 그것의 운반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고급 기술을 상당 수준 확보해온 터이다.


핵연료 재처리는 원자로의 사용후 핵연료(spent fuel)로부터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지미 카터가 미국 대통령이었을 때 (핵의) 비확산은 그의 기본 정책 중 하나여서, 그는 그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이 대규모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다. 이것이 바로 이바라키 현 도카이무라에 자리잡은 도카이 재처리 시설 규모가 축소된 이유이다(연간 사용후 연료 120t 처리 규모). 하지만 일본은 영국·프랑스 회사들, 즉 영국 셀라필드의 영국핵연료(BNFL)·프랑스의 코제마와 재처리 계약을 추진했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이들 두 재처리 회사의 최대 고객이 되었으며, 그 결과 바다를 건너간 사용후 핵연료는 7천t에 이른다. 최근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량은 약 20t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대부분은 유럽에 있으며 일본으로 가기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 과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위험하다.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질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처리가 끝난 뒤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초우라늄 원소(TRU)를 비롯한 다양한 핵종(nuclides)으로 이루어진 치명적인 잔류액(soup)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같은 치명적인 쓰레기를 처리할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로카쇼 재처리 시설이 2005년 안에 가동을 시작하려는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상업용 원자로로부터 나온 사용후 연료 800t에서 연간 최대 8t에 이르는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2000년 11월 일본 정부가 승인한 장기 계획에 따르면, 일본은 이같은 시설을 통해 플루토늄 450t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터무니 없는 수준을 넘는 미친 짓이나 다름 없다.


일본은 또 고속증식로 2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후쿠이 현의 몬쥬 원형로와 도카이무라 근처의 조오요 실험로가 그것이다. 몬쥬에 있는 것은 1995년 12월에 발생한 나트륨 누출과 화재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 고속증식로가 재래식 원자로와 달리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속증식로의 연료 집합체(fuel assembly)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합산화물이 있는 노심(core)과 노심을 둘러싼 덮개(blanket) 부분이 그것이다. 덮개는 순수 우라늄238로 이루어져 있다. 노심에서 일어나는 분열은 중성자를 방출하는데, 이는 우라늄238에 흡수되어 앞서 설명한 것처럼 플루토늄239로 변한다.


고속증식로는 지난 세기, 원자력 발전의 또 다른 원료인 플루토늄을 소비되는 것 이상으로 만들어내 무한 에너지 생산이라는 과학(이론)의 꿈을 실현할 이상적 모델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재 많은 나라가 고속증식로 개발 대열에서 이탈했다. △대량의 플루토늄·나트륨을 통제하는 데 따르는 기술적 난점 △상당히 높은 운전 단가 △고속증식로 운전에 따른 핵 확산 공포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진 활동이 왕성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고속증식로 개발과 관련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는 또 다른 문제를 지니고 있다. 고속증식로는 구조가 재래식 경수로보다 복잡하고 약해 지진에 훨씬 더 취약하다.





의미심장한 H2A 로켓 발사 실험


일반적으로 순도 93% 이상을 ‘무기급 플루토늄’이라고 부른다. 도카이무라에서는 ‘리사이클 장비 시험 시설(RETF)’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시설 공사가 비밀리에 시작되었지만, 사실 이 시설은 고속증식로의 사용후 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것이다. 만약 몬쥬 증식로의 사용후 연료가 RETF에서 처리된다면, 그 때 생산된 플루토늄 순도는 ‘초무기급’으로 분류되는 97~98% 수준에 이를 것이다.


1994년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민감한 핵 기술이 로스 알라모스·핸포드·사바나리버 사이트를 비롯해 미국에서만 최소한 다섯 군데의 핵무기 관련 실험실에서 불법적으로 일본에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임계 상태 통제, 그리고 고순도의 플루토늄을 핸들링하는 데 필수적인 원격 통제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은 지난 2월 H2A 2024 로켓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그것은 전장 50m에 2t짜리 인공위성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H2A 로켓에는 또한 초고속 대기권 재돌입 시험기, 이른바 ‘대시(DASH)’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탄 또는 아리안 로켓과 비슷한 크기와 성능을 지니는 H2A 로켓은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핵전쟁의 희생자’라는 일본 역사상의 이미지를, 일본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하는 데 이용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상업용 핵 프로그램과 군사용 핵 프로그램의 깊은 유착을 계속 간과한다면, 일본의 비핵 3원칙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걱정한다. 일본 국민의 의식적인 경계 노력은 정부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상업용·군사용 핵 프로그램 모두를 중단시키는 데 필수이다. 이것은 동북아에 핵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재처리와 고속증식로 문제를 종식하기 위해서 특별히 중요하다. 만약 이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한반도의 핵 비확산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며, 세계는 핵으로 인한 절멸 상황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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