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뒤에 ‘제2의 장세동’이 3명 있었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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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금고지기’ 의심받는 손삼수·장해석·김철기 씨의 ‘충성과 복종’
전두환씨 비자금과 관련해 그의 측근 3인이 주목되고 있다. 2월20일 대검 중수부는 측근 3명이 비자금으로 여겨지는 1백6억원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100억원대 전재용씨 비자금과 다른 뭉칫돈이다. 이들 측근 3인에 대한 검찰 수사는 도화선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2천억원대로 여겨지는, 전씨가 은닉한 비자금이 드러날 수도 있다.

금고지기 의혹을 받는 측근은 장해석·김철기·손삼수 씨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3명은 각각 자기 계좌에 25억∼41억 원씩 입금해 전씨 집 수리비나 변호사 선임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들 3명은 1995년 전두환씨 비자금 수사 때 주목 대상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조연급이었다. 검찰은 이들보다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김종상씨를 더 주목했다. 그가 관리한 가·차명 계좌는 무려 1백83개였다. 검찰은 당시 김씨와 연결된 계좌를 이잡듯이 뒤졌다. 그 과정에서 이들 3명도 조사를 받았다.

장해석씨는 전씨 재임 기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고, 퇴임 후 공식 비서관(2급)으로 뽑혔다. 1996년 검찰이 쌍용양회 경리부 금고에서 찾은 전씨 비자금 61억원과 관련해 돈 심부름을 한 인물이 장씨다. 1993년 전두환씨는 만기 5년짜리 무기명 채권 88억원(이자 포함 1백43억5천8백만원)을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에게 넘겨 현금화를 부탁했다. 그때 김회장에게 채권을 건네고 네 차례에 걸쳐 80억원대 현금 뭉치를 승용차에 싣고 연희동에 전달한 사람이 장씨다.

1996년 김철기씨도 검찰로부터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당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 명의 예금 1억1천만원을 압수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출국할 때까지 연희동에서 근무했다.

전씨 측근 3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손삼수씨다. 손씨는 2000년 전씨 벤츠 승용차 경락 때 낙찰받은 당사자다. 지금도 ‘각하가 탄 벤츠’를 지하 차고에 모셔 두고 있다. 손씨는 전두환씨가 1사단장으로 있을 때 전속부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 1부속실장을 지내며 17년 동안 전씨를 보좌했다.
1995년 검찰 수사 때 그는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 ‘2의 장세동’으로 통했다. 진술 조서에 ‘문민 독재 물러나라. 정치 탄압 중단하라’만 쓰고 묵비권으로 버텼다. 하지만 당시 검찰 계좌 추적 결과 그는 전씨 지시로 산업금융채권 14억원을 자신의 장모·형·형수·형의 장모 등을 동원해 실명화했다가 들통 났다. 비서관을 그만두고 전자 회사를 운영할 때였다.

손씨의 보좌는 대를 이었다. 전두환씨 장남 재국씨의 아들 전 아무개군(17)의 주소지는 현재 손씨와 같다. 서울 서교동에 땅과 건물을 소유한 전군은, 2000년 1월 아버지 재국씨 주소지에서 손씨가 사는 종로구 평창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학교 배정과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27일 손씨는 전두환씨 차남 재용씨가 운영하던 ‘오알 솔루션즈 코리아’도 인수했다. 재용씨 괴자금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때였다(<시사저널> 제736호 참조).

측근 3인이 또다시 검찰 수사에 걸렸지만, ‘재산 도피의 달인’ 전씨의 재테크는 검찰 수사보다 한수 위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3명 계좌에 뭉칫돈이 드나든 때는, 비자금과 관련해 잠잠했던 2001년이다. 1995년 검찰의 소나기 수사를 피했다가 다시 측근들을 동원해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명동 사채 시장을 저인망식으로 훑다가 비자금 꼬리를 잡은 검찰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검찰에 소환된 사채업자들 모두 전두환씨의 ‘전’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전재용씨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우연의 일치인지 장해석·김철기 씨가 출국했다. 전두환씨는 2월19일 검찰의 방문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검 중수부는 대선 자금 관련 정치인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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