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3인방 ‘복수의 칼’에 베일까
  • 김 당 기자 ()
  • 승인 1996.11.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무사, 임복진·천용택·정동영 의원 보좌관 군기 유출 혐의로 조사 계획
대검 중수부(부장 안강민 검사장)는 10월26일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특가법상의 뇌물 수수 혐의 외에 형법상의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추가했다. 이로써 두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받을 경우 이씨는 병합 처벌되어 최고 무기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이 또 다른 ‘기밀 유출’ 관련자를 사법 처리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또 다른 사건이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Ⅰ급·Ⅱ급 군사기밀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을 가리킨다. 국군 기무사(사령관 임재문 중장)는 △<조선일보> 10월11일자에 ‘무인정찰기 부대 4년내 창설’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 기사가 실린 데 이어 △<중앙일보> 14일자(가판)에도 ‘북 도발 땐 12곳 응징 공격’이라는 1면 머리 기사가 실리자, 두 기사의 내용이 각각 Ⅱ급·Ⅰ급 비밀에 해당한다며 즉각 보도 경위를 조사한 바 있다(나중에 이 두 기사 내용은 각각 Ⅲ급·Ⅱ급으로 비밀 급수가 낮춰졌다).

그러나 이 군기(軍機) 유출 사건은 이양호씨가 합참의장 시절에 무기중개상 권병호씨에게 건넨 영문 메모(F16 전투기 부품 자동점검장치 구매 계획)가 10월17일 공개됨으로써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이씨 사건이 구속으로 일단락되자 다시 떠오른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청와대의 지시로 수사와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로서는 껄끄러운 언론사와 국회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정치적 흠집 내는 선에서 끝날듯

일단 기무사는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허용범 기자(33)와 <중앙일보> 최 훈 기자(34)한테서 받아낸 진술을 토대로 유출 혐의를 두고 있는 몇몇 의원 보좌관을 상대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조사가 끝나면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게 된다.

현재 기무사가 혐의를 두고 있는 의원은 공교롭게도 이양호 비리 의혹을 폭로한 국민회의 ‘국방위 3인방’이다. 그러나 세 의원은 각각 알리바이가 있다. 정동영 의원은 무인 정찰기와 관련해 서면 질의는 했지만 정작 국과연 국감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무사는 ‘12곳 응징 공격’ 쪽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용택 의원은 북한이 무인 정찰기를 도입했는지 질의했을 뿐이다. 임복진 의원은 무인 정찰기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대면 보고를 받은 적은 있으나 국감장에서 질의하지는 않았다.

보좌진이 기밀을 유출했다 하더라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이를 기사화한 언론과의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기무사는 이 사건이 알 권리 문제로 번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이다. 더구나 ‘12곳 응징 공격’ 건은 여당 의원이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자칫하면 엉뚱한 의원이 다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사법 처리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부 의원을 정치적으로 흠집 내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