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卞昌燮 기자 ()
  • 승인 1997.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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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법정에 설까


현직 총리가 수사관 3명으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될 처지에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누구든 죄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나라 이스라엘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극우 강경으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자신의 연립 정부 파트너이자 종교 정당인 샤스(Shas)당이 미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힌 데서 비롯되었다. 샤스당의 아리에 데리 당수는 지난해 말 이스라엘 병력이 헤브론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헤브론 평화 협정을 의회에서 지지하는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의 측근인 로니 바르온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도록 요청해 그 뜻을 관철했다. 공교롭게도 데리 당수는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판이다. 이처럼 자신의 임명과 관련한 추문이 알려지자 바르온씨는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했다. 집권 리쿠르당조차도 그가 임명된 직후부터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았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와 데리 당수는 ‘합작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총리를 심문했던 수사관들은 심문 45분 만에 구체적인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도르 카할라니 경찰청장은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총리가 기소되거나 아니면 정부의 다른 관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내각 해산과 함께 재선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프랑스
“새 이민법 반대” 파리시 가득 메운 ‘양심’


프랑스는 민족주의적이며 국수적인 국민전선(NF) 같은 정당이 활개를 치고, 유명 영화 배우가 인종 차별 발언을 공개적으로 일삼을 정도로 갈수록 사회 분위기가 극우로 흐르는 나라이다. 오죽하면 내무장관이 해외로부터의 이민을 규제하자는 법을 제안해 그 장관 이름을 딴‘드브레 법안’이 나왔을까. 제안자인 장 루이 드브레 내무장관은 이 법안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이같은 작태에 쐐기를 박으려고 지난 2월22일 파리에서는 학생·지식인·예술인·좌파 정치인·노조 지도자 등 약 10만명이 새 이민법 철폐를 위한 시위를 대규모로 벌였다.

이번 시위에 앞서 2월7일에는 영화인 66명이 드브레 법안 철폐 청원서에 서명한 데 이어 11일에는 작가·철학가 등 1백60명, 13일에는 연극인 4백2명이 서명에 참여하는 등 지식인 사이에 드브레 법안 철폐 운동이 확산되었다.

이처럼 지식인이 주도하는 반이민법 열기가 확산되자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대 쟁점인 ‘외국인 퇴거시 신고 의무’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조항은 외국인이 프랑스에 초청받아 입국한 뒤 떠날 때 초청한 사람이 당국에 그 사실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 시위 참가자들은 이같은 수정안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슬쩍 넘기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고 완전히 철폐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미국
스타, 클린턴 부부 다시 옥죈다


지난 2년 동안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의 부동산 비리 혐의를 캔 끝에 상당한 성과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던 한 검사가‘명예’와‘실리’가운데 고민하다 결국 명예를 택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운영했던 화이트워터 부동산개발회사와 관련된 추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검사로 임명되었던 케네스 스타이다.

그가 며칠 전 갑작스레 캘리포니아 대학 페퍼딘 대학에 신설되는 법대 학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검사 직을 떠난다고 했을 때 온 미국이 들끓었다. 대통령 부부의 비리가 상당 부분 드러나 기소 절차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가 사퇴한다는 것은 클린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의 발표가 혹독한 비판을 부르자 그는 기자 회견을 간청해‘화이트워터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검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앞서의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그가 사퇴해 다른 검사로 교체될 경우, 그동안 든 시간과 인력 낭비는 물론 수많은 증인들을 다시 찾아야 하는 난관 때문에 조사는 사실상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법대 학장이라는 실리보다 검사직 고수라는 명예를 택한 그의 결단에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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