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법조 비리 수사, 끝은 어디인가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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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백 변호사 비리에 김광일씨 관련 의혹설
최종백 전 대한변협 윤리위원장(58)을 조사해 온 서울지검 동부지청이 최변호사를 특가법상 알선 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변호사 재판에서는 문민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특보를 지낸 김광일씨(60)가 거론될 것이 분명해, 옛 정권 실세에 대한 제2의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변호사는 ‘대쪽 검사’인 고 최대교 검사장의 맏아들로, 94년 4월 문민 정부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만들자 위원에 임명되었다. 초대 위원장은 최변호사 친구인 김광일씨. 95년 9월 김씨가 비서실장에 임명되자 최변호사는 제2대 위원장이 되었다.

97년 말 의정부지청은 브로커를 고용해 관내 사건을 ‘싹쓸이 수임’하고 판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이순호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로 인해 대검 감찰부가 법조 비리 수사를 지휘하자, 97년 11월 대한변협은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최변호사를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최변호사는 98년 10월 터진 대구대 사건 ‘후폭풍’으로 ‘사퇴’했다.

“김광일씨에게 로비한 적 없다”

최변호사 얼굴에 먹칠을 한 대구대 사건은, 대구대 창립자의 큰 손녀인 이예숙씨(42)가 대구대 재단에 파견된 임시 이사들을 돌려보내고 학원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96년 6월 이예숙씨는 당시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인 최변호사를 만나, 대통령 비서실장 김광일씨로 하여금 교육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학원을 되찾게 해달라며 현금 5천만원을 전달했다.

이예숙씨는 또 97년 10월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최변호사를 찾아가 대통령 특보가 된 김씨에게 말을 잘해 달라며 현금 5천만원을 주었다. 97년 12월에는 대구대 문제를 해결해 주면 10억원을 주기로 하고, 97년 12월과 98년 1월 각각 2억원을 최변호사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등 모두 5억여 원을 전달했다.

이예숙씨로부터 ‘사건을 맡은’ 최변호사는 고충처리위원회부터 두들겼다. 고충처리위원회 전원합의체는 ‘대구대 분규가 진정되면 정(正) 이사 체제로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 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의견 표명’은 ‘시정 권고’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이 약해, 대구대 재단은 이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대구대 사건은, 최변호사의 알선 수재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에 대해 최변호사는 “5억여 원은 로비자금이 아니라 ‘성공 보수금’이다. 로비 자금이라면 그 돈을 썼어야 하는데 나는 한푼도 쓰지 않았다. 이씨는 성공 보수금으로 10억원을 주겠다며 5억여 원을 예치했는데, 그나마 98년 2월 되찾아 갔다. 나는 김광일씨와 막역한 친구이기 때문에, 자존심상 절대 김씨에게 로비성 부탁을 할 처지가 아니다. 나를 시정 잡배로 보지 말라”고 말했다.

최변호사 사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최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해 온 민 아무개 변호사의 행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민변호사는 이예숙씨로부터 받은 돈을 김광일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최변호사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변호사가 최근 종적을 감춘 상태여서, 최변호사 재판이 김광일씨를 기소하는 제2의 사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98년 10월15일 터져 나온 <국민일보> 변현명 기자 구속 사건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 98년 9월23일자 <국민일보>에 ‘김 전 비서실장에게 1억원이 전달되었다’고 보도한 변기자는, 후속 취재 과정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박충근 검사(42) 방에서 컴퓨터 자료를 출력하다 적발되어, 건조물 침입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다가 풀려 나왔다. 김씨는 <국민일보>를 상대로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가 반론 기사가 실린 뒤 취하했다.

법원은 98년 11월28일 최변호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불구속 재판만으로도 최씨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예규’에서 ‘성공 보수’는 형사 사건을 수임할 때만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윤리위원장까지 지낸 최변호사가 민·형사 구분이 모호한 대구대 사건에서 성공 보수를 받은 것은 잘못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변호사 재판이 김광일씨에게 확대되면 일파 만파가 일 수도 있다.

<시사저널>은 김광일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김씨는 1월 중순까지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 만날 수 없었다. 최변호사 재판으로 법조 비리에 대한 검찰의 단죄는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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