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미국 간 까닭
  • ()
  • 승인 2001.03.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상회담 협의차…김정일 조기 답방과는 무관

올해 초부터 떠돌던 김정일 위원장 조기 답방설이 증폭된 것은 지난 2월11일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이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임원장이 미국을 방문한 목적은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의 방미 기간(2월5∼10일)에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이장관이 '빈손'으로 돌아와 부득이 임원장이 급히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임원장이 방미 중이던 지난 2월15일께에야 한·미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것도 이 점을 뒷받침한다.

또한 임원장 방미는 올해 초부터 한·미 관계 및 남북 관계와 관련해 미국측이 가해 온 '어떤 압력'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국내 조간 신문들이 대서 특필한 F 15기 구매 압력과 관련해 <시사저널>은 이미 2월 초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해 추적해 왔다.

당시 국내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보잉 사의 폐기 기종인 F 15기 40∼50대를 구매하도록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지난 1월20일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국내 고위 인사들에게도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보 소식통은 "미국이 남북 관계에서 강경 입장을 완화해 주는 조건으로 F 15기를 구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문제 외에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 답방 문제에 대해서도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답방 시기는 한·미 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나서 6∼7월 △방문 장소는 서울이 아닌 제주도 △휴전선에 전방 배치된 북한 군사력 후방 배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협의할 것 등을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군사력을 후방에 배치하는 일에 대해서는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집요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가 군 출신으로서 이 문제가 주한미군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