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값한 국방위 신4인방
  • 김 당 기자 ()
  • 승인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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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복진·정동영·천용택·하경근 의원, 잇단 안보 사건 속 성실한 국감 자세로 호평
무어니 무어니 해도 이번 제181회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된 상임위는 국방위원회였다. 제15대 국회 원(院) 구성 이후 처음 맞는 국감인 데다가 회기 중에 터진 사상 초유의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국민의 관심이 온통 국방·안보에 쏠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감 기간에 열린 미·북한간 정전위 비서장회의(10월2일)에서 ‘백배 천배 보복’ 발언이 터져 나왔고, 조찬을 겸해 열린 여야 영수회담(10월7일)에서도 주메뉴는 단연 안보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와 달리 여당 의원도 대부분 질의에 나서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역시 국감은 그 속성상 초선 의원, 그 중에서도 특히 야당 의원들의 선전장일 수밖에 없다. 지난 14대 국회에서 호평을 받은 이른바 국방위 4인방도 모두 군 출신 초선 야당 의원이었다. 문민 정부 들어 휘몰아친 군 개혁과 율곡 및 진급 비리 관련 사정 정국에서 강창성(전 보안사령관)·장준익(전 육사 교장)·나병선(전 6군단장) 전 의원과 사단장 출신 임복진 의원은 군에서 쌓은 전문성으로 국감을 주도했다.

이번 국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당보다는 야당, 특히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국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임복진 의원(국민회의·광주 남)과 초선인 천용택(국민회의·전국구)·정동영(국민회의·전주 덕진)·하경근(민주·전국구) 의원은 15대 국회 ‘국방위 신4인방’이라고 불러도 되리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국방위 간사인 임복진 의원은 국방위 중임이라는 관록과 거시적·총체적 접근 방식이 돋보였다. 그는 10월2일 북한의 보복 발언으로 여당이 안보 관련 부처 국감을 중단하려고 했을 때 일개 대좌의 발언 때문에 국감을 중단하면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이를 막아내면서도 일선 작전부대를 피감 기관에서 제외하는 신축적 태도를 보여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천용택 의원은 합참 전략본부장을 지낸 전략통답게 치밀하고 진지한 접근으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특히 이번의 본격적인 정치 무대 데뷔를 앞두고 사전에 현장을 방문해 군의 실상을 점검하고 현역 장병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8월 말에 보좌진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와 교육사령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 바 있다. 그가 국감 첫날부터 군 구조 개편 같은 ‘특종’을 양산해 내고, 치밀하고 대안 있는 질의로 몇몇 일간지에서 ‘국감 스타’로 꼽힌 것도 이런 사전 현장 확인 덕분으로 보인다.

현장 멀다 않고 찾아가 대어 낚아

특히 문외한에게는 현장 국감이 감(感)을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하경근 의원의 선전(善戰)도 그런 사전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중앙대 총장 출신인 하의원은 국감 전에 천의원과 함께 국과연과 교육사를 방문해 현황에 대한 사전 지식을 습득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그는 <시사저널>이 8월15일자에서 보도한 해안 감시 장비인 RSC(레이더 영상 변환 장치) 도입의 문제점을 육본·교육사 감사 때에 가장 정확히 지적했다. 물론 때마침 터진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해안 감시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대다수 의원들도 RSC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는 박정훈 의원(국민회의·임실 순창)과 함께 국방부·합참·육본을 상대로 RSC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답변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졌다. 그가 잠수함 발견과 관련된 군의 허위 보고 혐의를 입증한 것도 현장 감사가 건져올린 성과이다. 하의원 보좌관은 강릉 현장을 방문해 군이 최초 발견자라고 주장하는 박 아무개 일병을 인터뷰하고 경찰 상황 보고를 입수해 이를 근거로 제시했다.

정동영 의원은 기자 출신다운 순발력과 날카로운 질문이 돋보였다. 그러나 정의원이 국감에서 보인 더 큰 미덕은 대변인이라는 당직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방대한 국방 현안을 두루 숙지해 소화해낸 노력과 빠짐없이 국감장에 참석하는 성실함에서 찾을 수 있다. 국방위원 20명 중에서 유일한 40대인 그는 늘 국감장에 먼저 들어가 선배 의원들을 기다렸고, 국감이 끝날 때면 피감 기관의 간부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겸양을 보였다. 그의 질의는 대개 ‘존경하는 선배 의원께서도 질의하셨지만’으로 시작했지만 그 내용은 대개 선배 의원들의 그것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는 보좌진을 수도통합병원으로 보내 대간첩작전 중 부상한 군인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냄으로써 오인 사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군이 발표한 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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