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대권 잡으러 영남 순회 감행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1996.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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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특보단 대동, 영남 지역 정면 돌파 추진…“영남표 1%는 호남표 10%”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영남 지역 정면 돌파 작전을 세우고 있다. 이름하여 ‘We are One(우리는 하나)’ 작전. 그동안 영향권 밖에 방치해온 영남지역을 적극 끌어안아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전술의 가닥은 크게 두 가지로 잡혔다. 하나는 폭넓게 퍼져 있는 ‘반 DJ 지역 정서’를 바꾸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당 조직을 강화해 적극적인 표 다지기 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7월31일부터 이틀간 DJ가 합천 해인사와 화개장터를 방문하는 것은 영남 주민 접촉의 시발탄이다.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국민회의 특보단의 대화 여행’. 초선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총재 특보단이 민생 현장을 직접 찾아가 주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당초 이번 대화 여행에 DJ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국민회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 접촉 창구를 다각화하기로 했다. 지난 총선에서 총재 혼자 뛰는 모습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거부감만 낳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젊고 참신한 특보단을 앞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막판 조정 과정에서 DJ 합류가 결정되었다. 강원·충북을 거친 특보단이 경북 구미와 경남 하동을 방문할 때 DJ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문희상 수석특보는 “단순히 특보단 격려차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에서 DJ가 한판 놀이마당을 펼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영남 공략에 앞선 길놀이’라고 평가한다.

DJ는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영남 지역을 샅샅이 방문할 예정이다. DJ의 한 측근은 ‘Love is touch’, 즉 애정은 꾸준한 접촉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총재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문 여행이 지역 분위기를 바꾸려는 사전 정지 작업이라면, 조직 강화는 공격적인 득표전략의 일환이다. DJ는 영남 지역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이 지역 시·도 지부장에 현역 의원과 측근을 전진 배치할 예정이다. 핵심 측근인 권노갑 의원(전국구)에게 경북도지부장을 맡겼고, 역시 전국구인 박정수 의원을 대구시지부장에 내정했다. 부산시지부장은 11대 전국구 의원을 지낸 노차태(부산 영도구) 위원장으로 결정했고, 경남도지부장은 동교동 가신인 설 훈 의원(서울 도봉 을)과 정영모 지도위원을 놓고 고심 중이다.

영남 위원장들 “일할 맛 난다”

권의원의 고향은 전남 목포다. 그러나 안동은 권의원의 본관이자 선친의 고향이다. 박정수 의원은 경북 김천 출신이다. 10·11·13·14대 때 김천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설 훈 의원은 마산 출신이다. 92년 대선 때도 DJ의 경남도책을 맡았다. 정영모 지도위원은 경남 산청이 고향이다. 부인이 현재 산청·함양 지구당을 맡고 있다. 한마디로 연고와 유명세를 총동원해 영남 지역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을 비롯해 손세일·정호선·추미애 등 국민회의내 영남 출신 의원들은 총선 직후 모임을 갖고 영남지역 활성화에 힘쓰기로 합의한 바 있다.

DJ의 영남 전략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은 권노갑 의원을 경북도책에 임명한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DJ의 분신으로 불리는 권의원은 안동 을 지구당까지 맡아 같은 문중인 권정달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박지원 기조실장은 권의원의 안동행에 대해, 이 지역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싸울 수 있는 의지를 주자는 당의 노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후농 견제용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젓는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리만큼 후농의 세력이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눈치다.

‘실세’가 취임한다는 소식에 영남지역 위원장들은 ‘일할 맛 난다’는 분위기다. 영남권 위원장들은 이미 두 차례 홍도 여행에서 새롭게 전의를 다진 터였다. 홍도 하계 연수회 때 DJ는 몇몇 영남 위원장에게 “영남표 1%는 호남표 10%와 같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영남표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얻기 또한 어렵다는 얘기다.

예년과 다른 DJ의 영남 강공 전략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략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지역 감정의 골이 너무나 깊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이 지역의 ‘반 DJ정서’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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