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언론 권력’ 쥐었나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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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등 사이버 매체, 조·중·동 위상·영향력 위협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2월20일, 선거 기간에 민주당을 출입했던 기자들을 격려하며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여의도 63빌딩 1층 이벤트홀에서 중앙·지방 일간 신문과 잡지, 방송 기자와 카메라 기자 등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는 <오마이뉴스> 기자들도 참석했다. 오프 라인매체만 있었던 5년 전 김대중 당선자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었다.



인터넷 언론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듯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오연호씨는 노무현 후보 당선 직후 ‘언론 권력 교체되다-인터넷과 네티즌이 조·중·동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사이트에 올렸다. 오대표는 ‘2002년 12월19일, 조·중·동이 80여 년간 누려왔던 언론 권력이 종이 신문 직업 기자의 손에서 네티즌, 인터넷 시민 기자에게 이양됐다’고 선포했다.
오대표의 ‘흥분’이 과장만은 아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집행위원장 김동민)가 12월16일 발표한 대선 보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 지지자의 11.7%는 인터넷 정치 관련 사이트가 지지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신문·잡지가 지지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18.6%로 앞서기는 했지만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대안 매체들은 노후보가 절체 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정몽준 지지 철회 파동 때는 밤을 새워 가며 속보를 올려 네티즌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은 8할이 인터넷’이라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친 노무현’에 계속 머무를 경우 김대중 정부 때 비판의 칼이 무뎌져 친 정부 시비가 일었던 <한겨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염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이트’가 아닌 ‘언론’이라면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오프라인 매체 우대 관행에 익숙한 당·정의 관행을 깨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도 있다. 12월20일 63빌딩 행사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당선자가 앉은 헤드테이블에 조·중·동 민주당 출입 ‘반장’들도 같이 앉았다. 권위적인 자리 배치였다”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인터넷 매체에도 오프라인 매체와 ‘동등한 접근권’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언론계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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