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내년 1~3월을 노려라
  • 원종태(부동산 뱅크 취재팀장) ()
  • 승인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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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경기 위축으로 집값 하락세 지속… 2/4 분기부터 수요 되살아날 듯
‘지금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울 구의동에 사는 주부 최 아무개 씨(37)는 내집 마련 시기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최씨는 당초 내년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추어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는데, 가격이 하락 국면을 맞은 요즘에는 아파트를 미리 사두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이 주택 구입에 최적기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경기 흐름을 볼 때 내년 초까지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고민이 비단 최씨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 시기는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꼼꼼히 따져볼 문제이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 못지 않게 매매 타이밍이 수익성을 좌우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 구입에 앞서 가격 하락 현상을 충분히 분석한 뒤 신중하게 매매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집값이 떨어진 원인부터 살펴보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체감 경기 위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부실 기업 퇴출과 현대건설·대우자동차 사태 등이 체감 경기를 얼어붙게 한 주범이다. 체감 경기 위축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 심리를 급격히 떨어뜨려 수급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하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실제로 아파트 가격 하락이 본격화한 시기는 11·3 퇴출 기업 발표 시점과 맞물려 있다.

결국 현재의 집값 하락 현상은 경기 악재 출현→ 체감 경기 위축→주택 수요 급감→가격 하락이라는 등식으로 설명된다. 게다가 가격 하락의 최초 근원지인 경기 악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대우자동차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고, 금융권 2차 구조 조정과 부실 기업 퇴출 본격화 등으로 경기가 호전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감 경기 침체 장기화는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체감 경기는 내년 1/4분기가 되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택 가격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공략 대상 1순위는 대규모 신규 입주 아파트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의 집값 하락이 경기 침체에 겨울철 비수기 수요 감소가 더해져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방향을 급선회한 신도시 건설 등 호재가 가시화할 경우 주택 가격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낙관적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이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신도시 건설은 경기 부양책이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증가해 오히려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체감 경기 자체가 나아지지 않는 한 외부적 요인이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김연구원의 설명이다.

굳이 체감 경기 위축을 원인으로 들지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 내부적으로도 당분간 주택 가격이 상승할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 주택 수요의 바로미터인 동시 분양 청약 경쟁률은 최근 들어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데이 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분양권 거래도 잦아든 지 오래다. IMF사태 때와 같은 가격 폭락을 예상하는 것까지는 무리겠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리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매입 시기는 언제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1∼3월을 적기로 꼽고 있다. 우선 체감 지수가 이 시점을 전후해 어느 정도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바탕이 된다. 이런 전망이 들어맞을 경우 2/4분기 이후에는 주택 수요가 서서히 되살아나 그에 따른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이 시점을 고비로 부동산 시장이 성수기에 접어드는 것도 3월 이전에 집을 사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시기 못지 않게 주택 구입 방식도 중요하다. 우선 대규모 신규 입주 아파트의 급매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급매물은 대개 시세보다 10%쯤 가격이 낮아 실수요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잔금을 치르기 직전의 우량 분양권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 침체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분양권 보유자가 잔금에 부담을 느껴 매물을 싸게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경매로 틈새 시장을 노려 보는 것도 투자 전략 중 하나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급매물이나 분양권을 노린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아파트를 지정한 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입 의사를 밝혀 우량 물건을 선점해야 한다. 또 경매의 경우에는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자신의 자금에 맞는 아파트 명단을 뽑아본 뒤 입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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