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평] ‘최악의 실업난’ 고비를 넘자
  • 蔡昌均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199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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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것 같던 한국 경제에 서서히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오르고,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금융 지표가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상되어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될 정도로 외환 시장 사정도 크게 개선되었다. 아직 실물 경제의 회복세가 따라 주지는 못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산업 생산이 증가세를 보이고 가동률도 높아지는 등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금년에는 성장률도 플러스로 돌아서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올해 경제가 소폭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고실업 사태가 수그러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실업 문제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쪽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고용이 경기 후행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다소 시차를 두고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가 하반기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반전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고용 증대 효과는 빨라야 2000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다.실업대책평가기획단 활동에 기대

경기 회복이 궁극적으로는 고용 증대로 연결되겠지만, 문제는 고용이 늘어나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리해고제가 법적으로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종업원을 해고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기업들이 절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기업을 가정해서 예를 들어 보자. 그 기업 부서장들의 힘은 조직 규모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종래에는 부서장들이 가급적이면 많은 인원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런데 경제 위기를 맞아 기업의 군살을 빼기 위해 부서 인원을 정리해야 했던 것도 바로 이들 부서장이었다. 참으로 힘든 일을 경험한 셈이다. 그들은 아마도 앞으로는 정말 꼭 필요하다고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사람을 더 뽑아 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면 그 전에는 일자리를 찾지 않았던 주부나 고령층과 같은 가계의 2차적 노동 공급원이 노동 시장에 뛰어들어 구직 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통계 상의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노동 시장에 남아 구직 활동을 하던 사람들에 비해 이들이 직장을 얻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실업자로 잡힐 것이다.

특히 올해 1/4분기 중에 공식 통계 상의 실업자 수가 2백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구직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대기업 빅딜과 공기업 경영 혁신 등 구조 조정에 박차가 가해지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올해 1/4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종래 실업 대책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공 근로 사업을 확대한다거나 고용 유지 지원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등 임시적이고 소모적인 시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좀더 생산적인 실업 대책이 아쉽다. 특히 산업의 지식 기반을 강화하는 것과 실업 대책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식 사회·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신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 훈련 과정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구호성 발언에 그치고 있으며 산업 정책과의 적절한 연계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소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면 최근 실업대책평가기획단이 발족했다는 사실이다.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실업 대책을 폐지·축소해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대책에 한정된 재원을 집중 투자하려면 백화점 식으로 다양하게 제시된 갖가지 실업 대책을 적절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간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 왔다. 실업대책평가기획단은 바로 이런 요청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단지 구조 조정 대상 조직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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