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기반 탄탄 중장기 전망 밝다”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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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왈리드 왕자 단독 인터뷰
왈리드 왕자는 3월17일 아침 경원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으며 답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70∼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한국 건설 업체들의 활약을 직접 목격하면서 한국인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외환 위기 이후 벌어진 금 모으기 행사 때 자신이 아끼던 금붙이를 선뜻 내놓는 주부들을 보고 한국 경제의 부활을 확신하게 되었다. 바쁜 방한 일정에서도 그는 17일 저녁 신라호텔에서 <시사저널>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의 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인은 당분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의 경제 전망은 밝다.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한국인은 폐허에서 세계 11위 경제 대국을 만들어냈다. 이는 존경과 찬사를 보낼 만한 일이다. 물론 지난 몇달 동안 실수를 저질렀다.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이 많고 경제는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뭔가 일이 되고 있다. 한국은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당분간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겠지만 머지 않아 다시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이다. 당신은 기자 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는데.

김대통령은 한국의 대기업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김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분명히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양자가 다툴 여지가 없다. 정부와 대기업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 정부와 민간 부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최대한 늘려 외환 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높여야 한다. 이 정책은 최근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셋째,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기업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 국제 투자가로서 나는 한국 기업의 수익·부채 규모·자산·유통망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

신라호텔의 지분에 참여하거나 인수할 의사가 있는가?

신라호텔 투자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와 토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동아그룹이 보유한 김포 매립지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포 매립지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것이 있는가?

한국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사업 제안을 받았다. 동아그룹이 보유한 김포 매립지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동아그룹 관계자로부터 김포 매립지 개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포 매립지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사업 타당성을 평가한 후 개발 참여 여부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답변하겠다. 김포 매립지 개발 사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커 한국에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김대통령도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당신이 매입한 (주)대우의 전환사채를 99년 3월에 주식으로 바꾸면 (주)대우의 최대 주주가 되는데, 앞으로 한국 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지분과 관계 없이 한국 기업의 경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투자 철학이자 전략이다. 조언이나 의견을 제시할 생각은 있지만, 경영에 직접 간섭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당신은 손 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투자 비결이 있으면 하나 귀띔해 달라.

하나의 예를 들겠다. (주)대우와 현대자동차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 내가 투자를 계속하면 그때 투자를 따라 하면 되지 않겠는가(웃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독실한 이슬람교 신도다. 돈과 명예보다 신앙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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