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라스베이거스의 두 얼굴
  • 金芳熙 기자 ()
  • 승인 199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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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에서 두 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최후의 안식처’와 ‘잃어버린 봉급의 도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카지노 종사자들의 기록적인 저임금을 빗댄 별칭이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의 이 두 가지 기록에 근거해 미국에서는 도박 산업이 해당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관한 논란이 한창이다.

우선 가장 높은 실업률 문제. 얼마 전 미국 연방 정부는 도박 산업을 허용해 달라는 도시가 점차 늘자,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전에 도박 산업이 해당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먼저 조사하기로 했다. 이 문제를 총괄할 국립도박영향조사위원회에 최근 두 대학이 전혀 다른 조사 결과를 제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측 연구는 도박이 허용된 도시에서 카지노 확산과 자살 발생 빈도 간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와 자살, 무슨 관계일까

반면 캘리포니아 대학 어빈 분교는 즉각 이런 결과를 반박하고 나섰다. 외부 변수들을 제거하면 라스베이거스는 자살률에서 다른 서부 지역 도시들, 예를 들면 솔트레이크시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유타 주 수도인 솔트레이크시티는 도박은 물론 음주·카페인까지 금하는 모르몬교 성도다.

이 대학은 미국 91개 대도시 지역의 방문객 자살률을 조사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 산업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도박을 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은 방문객들이 재정적 문제로 자살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조사 결과 방문객 대비 자살 사망자 수에서 라스베이거스는 26위였다. 동부 환락 도시 애틀랜틱은 87위에 머물렀다. 그래서 도박을 포함해 유흥업이 자살률과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된 직후 샌디에이고 분교측은 이 연구 결과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도박협회가 이 연구에 돈을 댔기 때문이다. 사실상 도박 산업에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수행된 연구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내놓는 통계 수치들은 한결같이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 주의 자살률이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빈 분교의 가설과 달리, 자살자 대부분이 방문객이 아니라 현지 주민이었다는 사실도 이채롭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살한 2백72명 가운데 이 도시 거주자는 2백34명에 달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자살자 가운데 도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이다. 통계만 보자면 두 대학의 연구 결과가 절반씩 맞은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기록은 높은 인구 증가율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지난 10년간 2배로 늘어났다. 또 매년 3천만명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이 도시의 봉급 수준이 여타 지역에 비해 형편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지는 기록이다. 예를 들어 카지노 딜러들은 시간당 5달러(약 6천5백원)를 약간 웃도는 봉급을 받는다. 이들은 생계비의 상당 부분을 팁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도시의 기록적 인구 증가율과 방문객 수는 주로 이 지역의 멋들어진 리조트 시설 때문이다. 94년 MGM그랜드앤럭셔 사가 이 지역에 보물섬이라는 놀이 시설을 개장했을 때, 라스베이거스 관광객은 이로 인해 20%나 증가했다. 이런 식의 방문객 증가율에 고무된 호텔과 레저 업계는 이 지역에 2년간 60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 문을 열기도 했다. 객실 8만개를 갖춘 이 리조트 시설에는 15억 달러가 투자되었는데, 하룻밤 숙박비가 무려 6천 달러(약 8백만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의 호텔과 휘황 찬란한 카지노.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기록적인 자살률과 인구 증가율. 일확 천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도시지만, 뿌리를 내리고 살기에는 적당치 않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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