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게 아파트 사주는 ‘괴짜 경영인’ 송영휘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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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큼 큰 자산은 없다”
미평건설과 하나로상호저축은행의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미평 송영휘 회장(46)은 ‘괴짜 경영인’이다.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가 하면, 부실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 조정은커녕 직원들의 월급을 대폭 올려주는 식이다. 어떤 직원보다 먼저 회사에 출근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직원들의 책상을 닦아주기도 한다. 거래처로부터 화환 받을 일이 생기면, 화환 대신 성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봉사 활동을 해온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하는 등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다른 경영자들은 ‘그렇게 퍼주다가는 절대 돈 못 번다’고 주장하지만, 1996년 5백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8년이 지난 현재 연 매출 1천4백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건설이나 상호저축은행 모두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직원에게 잘해주는 것이 회사를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이 빛을 발한 것이다. 돈 많이 버는 기업가보다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송회장을 만나 그의 독특한 경영론을 들었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1996년 5백만원으로 시작했다.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아파트 대출금을 갚았더니 달랑 5백만원이 남았다. 사무실 월세 보증금으로 3백만원을 내고, 2백만원으로 건설 시행 사업을 시작했다. 은행을 그만두기 전부터 사업 구상을 했다. 은행에서의 내 경력과 인맥이면 적은 돈으로도 건설시행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건설 시행사도 종자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물론 시행사는 땅을 사야 하기 때문에 목돈이 필요하다. 당시 나는 한 건설회사에서 지급보증을 서준 덕에 내 돈 없이 땅을 살 수 있었다. 은행 인맥 덕에 나는 그 회사가 대출받도록 주선해줄 수 있었고, 그 회사는 내가 땅을 살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서주었다. 그것이 결국은 내 사업의 종자돈 노릇을 해주었다.

하나로저축은행은 부실 은행이었는데, 어떻게 6개월 만에 정상화했는가?

2년 전 내가 인수할 때만 해도 연간 15억원씩 적자를 내던 회사였다. 내역을 분석해보니 예금은 많고 대출이 적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었다. 기업체 대출을 적극 끌어들였더니 인수 6개월 뒤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인수 직후 인력 구조 조정은 안했나?

부실 회사를 인수하면 사람부터 자르는 것이 순서인데, 나는 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직원들의 월급을 40% 올려주고 사무실 집기부터 인테리어까지 싹 바꿨다. 부실 기업을 인수한 사장은 칼자루를 쥔 것이 아니라 칼날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 직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인수한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부터 자르려고 하는 새 사장을 직원들이 어떻게 신뢰하고 열심히 일하겠는가. 나는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다같이 힘을 모아 일해보자고 격려했다.

미평건설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건설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제 집 하나 없다면 말이 되는가. 그래서 미평건설 직원 가운데 모범 사원을 매년 4명씩 뽑아서 33평짜리 아파트를 사준다. 또 공부하겠다는 직원에게는 대학원까지 학비를 지원해준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월급도 올려주고 복지 혜택도 다양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론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회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회사가 주는 것 없이 직원들에게 주인 의식을 강조한다고 해서 주인 의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먼저 직원에게 베풀어야 직원들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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