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차세 전투기 사업 최종 기착지는?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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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능 뛰어난 F15 선호… 라팔·유러파이터·수호이 35 맹추격
차기 전투기 사업에 따라 도입하게 될 전투기는 40대이다. 원래 1백20대였던 구입 대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KF16을 추가 생산하기로 가닥을 잡은데다, 경제 위기 이후 재정 적자가 늘어나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F16을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차기 전투기 사업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공군이 심하게 반발하자 규모를 줄여 추진하게 된 것이다.

국방부는 후보 기종을 생산하는 4개 업체에 일일이 기종의 특성과 지원 체계를 묻는 질문서를 나누어 주었다. 후보 기종은 모두 4개. 미국 보잉사의 F15·프랑스 닷소의 라팔·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러시아의 수호이 35. 모두 제트 엔진 2대와 전자전 장비를 갖춘 최신예 전투기이다. 공군 주력기 F16은 엔진이 하나밖에 없어 최신예 전투기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고 작전 반경이 좁다. 차기 전투기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 공군은 제공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한반도 주위의 가상 적국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

차기 전투기 수주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기종은 보잉의 F15 이글이다. 미국 공군 주력기인 F15 이글은 현재 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공군도 차기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은근히 F15가 도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F15는 74년 작전에 처음 투입된 이후 96전 96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공중전에서 타의 추월을 불허한다.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공중전에서 잃은 전투기 35대 가운데 33대가 F15에게 격추되었다. 평균 임무 수행률은 95.5%. 전쟁에 투입된 전투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F15, 가격·유지비 비싼 것이 흠

F15 이글은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값이 비싸다. 전투기 대당 가격이 높은데다 유지 보수와 정비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경쟁 기종인 라팔은 F15보다 유지 보수와 정비에 드는 비용이 적다. 유지 보수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이 F15 이글의 3분의 2이다. 라팔이 한 시간 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6백48만원인 데 비해 F15 이글은 9백54만원이 넘는다. 더욱이 라팔은 출격했던 비행기가 착륙했다가 다시 출격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6분에 불과해, 유사시 보유한 전투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라팔이 F15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고 속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기동성은 F15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5년 나토 소속 4개국 차기 전투기 경쟁에서 프랑스의 미라주F1이 미국 F16에 패하자 닷소는 서둘러 미라주2000을 선보였다. 하지만 미라주2000은 전천후 전투 능력과 미사일 운용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래서 기동력이 우수한 대형 전투기로 개발한 것이 라팔이다.

라팔은 다목적 전투기이다. F15가 공중전에 맞춰 설계한 후 추가로 함정·지상 공격 능력을 갖추어 개선한 것이라면 라팔은 개발 초기부터 다목적 전투기로 설계되었다. 또 제한적이나마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었다. 닷소는 라팔을 개발하기 전에 나토 회원국이 함께 쓰는 신전투기 계획에 참가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개발 참여국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탈퇴해 독자적으로 라팔을 개발했다. 프랑스 닷소가 탈퇴하자 독일 다사(DASA)와 영국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가 주축이 되어 신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다가, 스페인 카사(CASA)와 이탈리아 알레니아(ALN)가 합류했다. 그 산물이 유러파이터 타이푼이다. 공중전·전천후 요격·장시간 초계 능력을 갖춘 유러파이터도 라팔처럼 다목적 전투기로 설계되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만 라팔과 성능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러파이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시장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발 참여국 4개국이 6백20대를 주문했기 때문에 단종될 위험이 없다. 라팔은 프랑스 공군과 해군에만 공급된다. 따라서 유러파이터가 라팔보다 부품 공급과 지원 체계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 장비·기술 이전받아야 국익에 도움

러시아의 수호이 35 플랭커가 선택될 가능성은 낮다. 수호이 35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나 미국과 연합 방위 체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무기 체계가 전혀 다른 러시아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군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수호이 생산 업체인 로스부르제니에 그리고리 박씨도 공개 설명회에서 “한국 공군이 갖고 있는 미국제 미사일을 수호이 35에 장착하려고 한다. 미리 한국 공군이 갖고 있는 무기 체계를 보여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러시아 스스로도 무기 체계가 다른 데 따른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 속도와 항속 거리 면에서 F15 이글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투기 성능과 경제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전자 장비 기술 이전이나 개발 노력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해도, 전투기에 장착되는 전자 장비를 개발할 능력이 없거나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면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다. 일본은 F15를 도입하면서 자국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전자장비를 기체에 탑재해 F15J를 만들었다. F15J가 갖춘 전자 장비는 미국 F15 이글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전자 장비와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무기 도입 사업에는 뇌물 수수와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번에 규정을 바꾸고 공개 설명회를 열면서, 이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이 무기 도입 역사상 처음으로 의혹이 일지 않는 사업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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