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댐, 또 터졌다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6.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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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논쟁 재연/학자 “물 부족·생태계 파괴 초래”…정부 “문제 없다”
금강산 댐 논쟁이 10년 만에 되살아났다. 86년 논쟁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북한이 수공 작전을 펴 서울올림픽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전두환 정권이 그 위험성을 과장하고 이에 대응한다며 국민 성금을 걷어 ‘평화의 댐’을 건설하려 하자 정치권은 이의 타당성을 따지는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더 현실적인 논란이다. 한 쪽에서는 북한강 상류에 금강산 댐이 완성되면 하류로 내려오는 물이 크게 줄어 용수 부족·수력 발전량 감소·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 주장은 현재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11월8일 에너지법연구소가 주최한 ‘OECD와 한국 에너지법 개정’관련 회의에서 이상면 교수(서울대·법학)가 ‘남북한 수자원의 형평적 이용 - 금강산 발전소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교수는 “앞으로 3∼4년 후면 26억t 담수가 가능한 금강산 댐이 완공된다. 그렇게 되면 한강 평균 수위가 크게 낮아지고, 갈수기에는 북한강의 수력 발전이 불가능하며 생태계도 파괴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제법 동원해 협상에 나서야”

이교수는 또 정부가 이 문제를 덮어 둘 것이 아니라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거나 관계국 사이에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중재 재판에 회부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57쪽 인터뷰 기사 참조).

이교수의 충격적인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가 이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통일원은 이교수의 주장에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 요지는 △현재 북한이 1단계로 완공한 금강산 발전소는 설비 용량이 10만㎾로 규모가 작아 댐의 최대 저수량이 1억∼3억t 정도로 추정되고 △북한이 1단계 공사를 완공하는 데도 10년이 걸렸음을 감안할 때 원래 목표인 81만㎾ 설비 용량(최대 저수량 47억t)을 갖추는 공사를 3∼4년 안에 완공하기는 그들의 악화된 경제 사정으로 보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일원은 현실적으로 위험이 없는데도 국제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시기 상조이며,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건설교통부 수자원개발과 관계자도 “북한 정보를 정보기관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강산 댐이 완성되어 수자원이 부족해지면 댐을 더 만들어 수자원 이용률을 높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수력 발전량이 감소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발전처 수력발전부 송병진 부장은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금강산 댐에 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수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2.9%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한강의 모든 수력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전력 공급에는 지장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교수는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측이 10년 역사 끝에 완공한 것으로 알려진, 태백산맥을 관통한 터널식 수로(일명 임남 수로·45㎞)를 내밀었다. 북한이 이 물길을 뚫은 목적은 서해 쪽으로 완만하게 흐르는 북한강·임진강·고미탄천 등을 기울기가 급한 동해 쪽으로 끌어 이른바 유역 변경식 발전을 하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북한측이 이 물길을 통해 북한강 상류의 물을 몽땅 동해안 쪽으로 끌어갈 때 발생한다. 이교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한국측은 가뭄 대책에 관한 한 무방비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 “당장 문제는 없지만…”

정부 기관의 반박과 토목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교수 주장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강 물을 동해로 돌리는 물길 터널이라는 것은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서해로 흐르는 물을 막는 댐이 있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댐을 만들기 전에는 물길 터널은 별 의미가 없다. 이교수는 북한이 2∼3년 안으로 북한강 수량에 위협이 되는 댐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목 전문가들은 댐 공사가 이교수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한강·임진강 유역에 댐 4개를 건설한다는 북한의 금강산 발전소 개발 계획 가운데서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휴전선과 제일 가까운 임남에 건설되는 금강산 댐(높이 1백21.5m·최대 담수량 26억t)이다. 이 정도 규모의 댐을 만들려면 우리 기술력으로도 5∼6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댐은 아직 착공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비와 기술을 감안한다면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주장과 일부 언론의 보도가 성급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당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끝났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2002년께 수도권의 물이 바닥나 본격적인 ‘물 부족 시대’가 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강산 댐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금강산 댐 완공 시기와 일치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연간 소비하는 물의 양은 46억t이다. 금강산 댐이 완공되면 연간 5억t을 쓰지 못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시공하고 있는 영월 댐은 용수 3억5천만t을 쓰기 위해 만드는 댐이다. 물 소비량이 현재보다 늘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영월 댐보다 더 큰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색다른 문제 제기도 있다. 북한이 높이 1백20m가 넘는 거대한 댐을 얼마만큼 엄격한 기술로 시공하고 사후 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일원 관계자는 “북한의 건축 기술을 믿을 수 없다. 100층이 넘는 고층으로 짓다가 기술상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평양의 유경호텔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이희승 부사장은“금세기 들어 붕괴한 댐이 세계적으로 80여 개에 이른다. 북한은 기술과 장비보다는 인민군을 대규모로 동원해 댐을 만들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만약 무너진다면 담수량 26억t만으로도 한강 하류의 제방이란 제방은 모두 범람한다”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댐 건설 이후의 파급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댐의 안전성 그 자체에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희승 부사장은 “정부가 나서서 북한이 금강산 댐을 건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용수 이용보다도 순전히 전력난 때문에 댐을 만드는 것이므로 전력 공급을 제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댐 건설 과정에 우리 기술자가 참여해서라도 금강산 댐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0년 만에 다시 나온 금강산 댐 논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국민의 안위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쉬쉬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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