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에 칼 뽑은 화순군 의회
  • 나권일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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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의회,
화순군 의회(의장 김경남)가 사이비 언론을 척결한다며 군청 출입기자 전원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화순군 의원 13명은 지난 11월20일 ‘화순군의회에 대해 허위·과장·왜곡 보도와 악의적인 담합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이유로 <광주일보> <전남일보> <무등일보> <광주매일> <전남매일> <호남신문> <광주 타임스> 등 화순군청 출입기자 7명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지역 신문인 <화순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군의회에 따르면 이들 8개 신문은 ‘화순군의회 혈세 낭비 빈축’ ‘제몫 챙기기 급급한 군의회’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대다수 의원이 이권 개입을 일삼고 흥청망청 예산이나 낭비하고 있다고 허위 보도해 군의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심지어 군의회 부의장의 1년 판공비가 1천80만원인데도 1천8백만원이라고 같은 날에 함께 똑같이 오보를 내는 등 ‘사실상 사이비 언론이나 마찬가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화순군 의회는 이같은 유례 없는 담합 보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재기자들의 수입으로 연결되는 운주대축제 신문홍보비가 의회의 견제 때문에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화순군은 군내에서 가장 큰 행사인 운주대축제의 언론홍보비로 1998년과 1999년 각각 3천1백만원과 2천4백50만원을 책정해 신문 광고에 전액을 배당했으나 올해는 책정된 2천5백만원 가운데 신문 광고가 아닌 텔레비전 광고료로 1천5백만원이나 배정해 군청 출입 기자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회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일부 주재기자들이 ‘서운하다’ ‘밥그릇을 건드렸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문홍보비 줄이자 담합 보도”

화순군의회는 또 주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주민 계도용 신문’ 구입 비용을 50% 삭감했고, 올해도 50%를 줄였다가 원안대로 재편성하는 등 최근 2년 동안 주재기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순군의회 김성인 운영위원장은 “화순군청의 올해 주민 계도용 신문 예산과 언론 홍보비가 1억5천만원이나 된다. 또 군청의 14개 실·과·소와 13개 읍·면사무소 등이 구독하는 신문 비용만 1억원 안팎이다. 게다가 군청 계장급 공무원들이 주재기자 얼굴을 봐서 억지로 구독해 주는 구독료도 무시 못할 정도이다. 관에 기생하는 출입기자는 언론이 아니라 상전이다”라며 지방 언론의 횡포를 지적했다.

화순군기자협회(회장 한만수)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11월23일 화순군청 홈페이지에 올린 반박문을 통해 ‘의원들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게 되면서 화순 지역 주재기자들은 오히려 지역민들로부터 찬사와 격려를 받아왔다. 기자들을 잿밥에 눈이 어두운 하이에나떼처럼 취급하는 것은 권력 집단인 의회의 대책 없는 폭력이자 기자 길들이기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파동이 터진 뒤 화순군청 공무원들 가운데에는 ‘시원하다’ ‘잘했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순군청의 한 계장급 직원은 “공무원 처지에서는 불감청인데 고소원 아니겠느냐. 언론 개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상임대표 지남철)와 광주참여자치 21(대표 정 담)도 함께 성명을 내고 화순군에 주민 계도용 신문 구독 폐지와 군청 기자실 폐쇄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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