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 공직사회 바람 불어 좋은 날?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3.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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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 인사 정책에 ‘2030 공무원’ 기대 부풀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다른 중앙 부처 과장과 사무관을 찾아가 업무 협조를 요청하고, 토론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국회의원도 장·차관을 상대하려고 하지 실무자를 만나지 않는다. 노당선자가 형식보다는 실질을 강조해 공직 사회의 비효율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서기관의 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속속 발표되자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 행보에 공직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직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젊은 서기관·사무관 급인 ‘2030 공직자’들은 새로운 조직 문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20∼30대 공직자들이 보기에 노무현 당선자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에 보여준 ‘수평적 리더십’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노당선자는 2000년 8월부터 2001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재임했다. 취임 후 노장관은 각 층을 돌며 국장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장관이 출근할 때 수위장이 차 문을 열어주고 비서들이 현관에서 영접하는 관행도 없앴다.



해양수산부의 한 사무관에 따르면, 노당선자는 과장급 공무원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장관이다. 노장관은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과장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장관과 친한 민원인이 청탁을 해도 담당 과장이 안된다고 하면 과장과 2시간 동안 토론했다. 이 사무관은 “자기 의견을 존중해 주는 장관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관 시절을 보면, 노당선자는 권위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공무원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직 사회를 뒤흔드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젊은 공직자들에게 인사 정책도 큰 관심 사항이다. 노당선자는 지난 12월26일 “인사나 이권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패가망신’이라는 파격적 언사를 동원하면서까지 공정 인사를 강조했다.
노당선자의 인사 개혁 의지는 다면평가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당선자는 민주당 선대위원장과 각 본부장, 국·실·팀장과 팀원들을 대상으로 다면 평가를 실시해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면평가제는 해양수산부 시절 노장관이 직원들의 건의를 받아 도입한 인사 시스템이다. 노장관은 국장급 인사만 직접 챙기고, 그 이하 인사는 조직에 맡겼다. 다면평가제란 승진 심사를 할 때 상급자·동료·하급자를 무작위로 추출해 구성한 위원회가 후보자를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에 결정적 평가 요소로 자리잡았다. 해양수산부의 한 사무관은 “다면 평가를 바탕으로 한 승진 순위를 장관이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원내 지지 기반 약해 용두사미 될 수도”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직 사회에 핑크빛 기대감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처는 노당선자가 선거 때 내세운 공약에 맞추어 운영 계획을 세우느라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경제 부처의 맏형 격인 재정경제부는 ‘7% 경제 성장, 일자리 2백50만개 창출’이라는 공약을 놓고 속병을 앓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7% 성장에 일자리 2백50만개를 창출하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 어떻게 이를 달성할지 구체적 계획이 아직 안 나왔다. 물가 상승과 국제 수지 악화를 초래하지 않는 잠재성장률이 5∼5.5% 정도이다.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실현 가능성에 중심을 두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곤혹스러운 처지이다. 공정위는 노당선자가 재벌 출자총액한도 폐지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전반적으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 부처이다. 그러나 노후보가 정책토론회에서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형사 처벌이 가능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존속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노당선자의 공약 때문에 행정자치부도 당혹해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조합’ 안을 내놓은 상태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경제 부처의 한 서기관은 부처 상황뿐만 아니라 당선자의 원내 지지 기반이 약한 점이 개혁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는 “원내 안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반쪽짜리 정부’에서는 공직 사회 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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