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기 땅도 못 지키니…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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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일본인 명의 토지 등기 안해…국유지도 사기꾼들에게 뺏겨
토지사기단이 매국 범죄의 장물이라 할 수 있는 친일파 토지를 이권 대상으로 삼는 데는 정부의 구멍 뚫린 국유재산 관리 실태가 한몫 거들고 있다.

이완용 송병준 등 대표적인 친일파는 나라를 일본에 넘기는 과정에서 일왕으로부터 막대한 은사금과 토지를 하사받아 거부가 되었다. 광복 후 정부는 이들의 땅 대부분을 각 부처가 점유해 사용하도록 해왔지만 등기를 해두지 않아 오늘날 친일파 후손과 토지사기단의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정부의 직무 유기는 친일 매국노 토지만이 아니라 일제 때 한국에 진출한 일본인이나 조선총독부 등 식민지 통치기관 명의로 남아 있는 막대한 토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재정경제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아직도 일본인 명의로 남아있는 토지는 7천4백60만㎡로 여의도 면적의 9배에 이른다.

일본인 명의 땅은 이승만 정부 때 공포된 ‘귀속 재산 국유화 관련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가가 등기를 해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등한시하면서 이 땅들은 지금까지 토지사기단의 온상 구실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방치한 일본인 명의 토지는 사기단이 위장으로 등기해 10년 이상 점유할 경우 나중에 국가가 그 사실을 알아도 되찾을 방법이 없다.

또 등기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20년 이상 그 땅을 점유하면 민법상 개인 소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눈뜨고도 당하게 된다. 결국 구멍 뚫린 정부의 국유재산 관리 정책이 토지사기단으로 하여금 민족 정기를 유린한 채 마음껏 이권 놀음을 벌이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13일 서울 고검은 사기 행각 등으로부터 국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소송을 전담하는 송무전담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경기 지역 국유재산을 점검한 결과 사기범들에게 무려 1백90만㎡에 이르는 국유지를 뺏긴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사기범들은 주로 일본인 명의 토지를 조상이 창씨개명한 이름이라고 서류를 위조해 국유지를 빼돌렸다. 비록 때늦었지만 이런 대응은 서울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의 검찰로 확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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