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공격용 헬기가 한국에 필요한 이유
  • 주성민 ()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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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억지력 확보에 큰 효과…도입 앞서 육군 예산부터 절감해야
공격용 헬리콥터는 강력한 화력으로 전장의 아군을 근접 지원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공격용 헬리콥터가 개발된 것은 베트남전쟁 때였다. 미군의 수송용 치누크는 작전지역에 병력과 전투 장비를 쉴새없이 공수했고, 부상자 수송용 헬리콥터는 부상한 병사들을 20분 정도면 후송했으며, 구조용 졸리 그린은 추락한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구조했다. 베트남전쟁은 헬리콥터 없이는 치를 수 없었다. 그러나 작전지역에서 헬리콥터가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갈 때는 항상 적의 사격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헬리콥터 조종사 중에 전사자가 많았다.

고심하던 미군은 전투 현장에 투입된 헬리콥터가 착륙했다가 다시 떠오르는 수십 초 동안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공중에서 주위의 적을 공격해 제압할 수 있는 무장 헬리콥터를 구상했다. 이런 목적을 위해 개발된 최초의 공격용 헬리콥터인 건쉽(Gunship)이 AH 1G 코브라였다. 1967년부터 실전 배치된 코브라는 7.62mm 기관포와 40mm, 70mm 로켓탄을 적의 머리 위에 쏟아 부으며 아군을 근접 지원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01∼2005년도 국방 중기계획’에 포함되어 2조1천억원을 들여 36대를 도입할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그 이유는, 북한군 전차가 국군보다 1천5백대 이상 압도적으로 많지만 60%는 1970년대 이전의 구형 전차이며,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의 가격이 최소 3백20억원에서 4백억원 내외로 비싼 데다 유지비가 많이 들며, 현재 공격용인 코브라가 70여 대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강한 전력은 전쟁 수행에도 필요하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격용 헬리콥터의 주임무는 대전차작전을 수행하면서 지상의 아군을 화력으로 근접 지원하는 일이다. 전시에 헬리콥터를 몰고 적과 교전해야 하는 육군 조종사들에게 안전(생존력)은 필수이다. 그러나 코브라의 생존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코브라의 토우 미사일은 와이어 유도 방식이어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유도해야 한다. 1초에 200m 속도인 토우를 3,000m 거리의 적 전차에 발사하면 거의 15초는 유도해야 한다. 대공화기가 쉴새없이 발사되는 전장에서 15초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적의 대공 미사일에 피격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 셈이다. 전시에 적 전차가 아군을 공격할 때는 전차만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방공부대가 같이 이동하게 된다.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가진 적의 지상부대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고 방어 능력이 약한 코브라는 그만큼 위험해진다.

미군은 공격력과 방어 능력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최신형 공격용 헬리콥터를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보잉항공이 1997년부터 제작한 최첨단 장거리 레이더를 탑재한 AH 64D 롱보우(Longbow) 아파치가 그것이다. 롱보우 아파치는 회전 날개인 로터 위에 밀리미터릭(millimeteric) 레이더가 달려 1백28개 목표를 동시에 탐지한 후, 컴퓨터가 가장 위험한 적을 16개 즉각 판정해 디스플레이에 떠올려준다. 롱보우 아파치는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최신형 전파 유도 방식인 RF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파이어 앤 포겟(fire and forget) 기능이 있어, 쏘고 나면 록온(lock-on)된 목표를 스스로 찾아가 파괴한다. 미사일을 발사한 후 즉시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AH 64 아파치에 비해 AH 64D 롱보우는 값비싼 레이더와 전자장비, 최신형 미사일을 탑재해 공격력과 생존력이 4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국 육군 항공단의 코브라 대대장으로 3년을 보낸 ㅎ중령은 이렇게 토로한다. “MD 500을 조종해 봤는데, 코브라의 성능이 적어도 5배는 뛰어나다.”
MD 500에 비해 코브라의 전력이 5배이고, 코브라에 비해 AH 64 아파치가 10배이며, 레이더와 무기가 최첨단으로 업그레이드된 AH 64D 롱보우 아파치는 그보다 4배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공격용 헬리콥터의 전력지수는 공격력과 생존력에 달려 있고, 전력지수는 안전과 비례하는 법이다. 따라서 육군의 코브라 대대가 전차와 미사일을 가진 적의 방공부대를 상대해 대전차작전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육군 항공단이 강력한 차세대 헬리콥터를 보유하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게 된다. 주한미군은 미국 육군 제6항공여단사령부가 있는 캠프 험프리스와 캠프 이글, 캠프 페이지에 72대의 AH 64 아파치 헬리콥터 부대를 배치하고 있지만, 아파치에 비해 AH 64D 롱보우의 장거리 공격 능력과 방어 능력이 높아지자 서둘러 그것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제6항공여단에는 AH 64D 72대가 올해부터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치된다.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를 반대하는 측이 내세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가격이 F 16 전투기와 비슷하지만 효용가치는 전투기가 앞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기와 공격용 헬리콥터는 수행하는 임무가 다르다. 전투기의 주임무는 제공이어서 공중전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공격용 헬리콥터는 대전차 공격과 지상군 근접 지원용으로 설계되었다. 미국 공군 전투기가 지상군을 지원하는 비율은 20% 이하다. 이것은 교범에도 명시되어 있다.

미군이든 한국군이든 공격용 헬리콥터 부대가 육군에 소속된 것은, 대전차작전 수행과 지상군 근접 지원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공격용 헬리콥터의 주요 파괴 대상은 전차이며, 그것은 고속보다 저속에서 더 유리하다. 미국 공군의 탱크 킬러인 A 10 공격기의 최고 속도가 706km로 느린 것도 적의 전차를 정확하게 탐지한 후 공격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작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용 헬리콥터가 A 10기보다 작전에 더 유리한 것은, 적의 전차가 접근해올 때 헬리콥터는 초저공 비행으로 지상에 바짝 붙어서 재빠르게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격 후에는 즉각 도피할 수 있으며,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적을 찾아 공격하는 전술 지형 비행이 가능해 그만큼 생존력을 더 보장받는다.

헬리콥터는 악천후에도 고정익 항공기보다 덜 영향을 받는다. 작전을 나갔다가 기상이 악화하면 공격기는 기지로 돌아와야 하지만, 헬리콥터는 작전 지역에 대기해 있다가 언제든 공격에 들어갈 수 있다. 야간 전투에서 이런 융통성은 작전에 유리하다. 따라서 A 10기와 공격용 헬리콥터 두 기종은 모두 대전차작전을 위해 개발된 탱크 킬러이지만, 공격용 헬리콥터가 전투 효율이 더 높다. 걸프전에 참전한 미국 육군의 AH 64 아파치와 미국 해병대의 AH 1W 슈퍼 코브라는 모두 이라크군 전차 6백대와 장갑차 1백20대를 파괴해 지상군 근접 지원 능력을 유감없이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 세계의 군대는 구조 조정을 통해 프로페셔널한 소수 정예화와 첨단 화력을 지향하는 기술 집약의 전략군으로 변화하고 있다. 머릿수만 채우는 말단 소총수보다 첨단 무기와 잘 훈련된 직업군인 확보와 정예화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30만 이상의 병력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프랑스가 38만이며, 독일은 34만, 이탈리아는 32만, 영국군은 23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군은 69만 병력(육군 56만, 해군 6만7천, 공군 6만3천)을 유지하느라 2000년 정부 예산의 17%인 15조4천억원을 국방 예산으로 쓰고 있다. 예산의 70%는 군인 봉급과 부대운영비, 즉 운영 유지비로 지출된다. 왜 이렇게 운영 유지비가 많이 드는가. 한국군은 머리 숫자를 우선하는 전술군 구조여서 69만이나 되는 병력을 다 먹이고 입히자니 달리 방법이 없다. 한국군도 하루빨리 기술 집약 구조로 전환해야 하고, 육군은 보병 위주에서 기계화부대로 가야 한다. 병력 감축을 미룬다면 기계화부대 예산은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병력을 줄여야 상대적으로 전력을 정비해 전력을 증강시킬 비용이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현대전은 머리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걸프전에서 사담 후세인이 증명해 보였다. 후세인이 쿠웨이트의 안과 둘레에 배치한 병력은 45만 이상이었고 그들의 병력은 세계 4위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현대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많은 병사와 탱크는 미군의 첨단 장비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공격용 헬기 사업에는 7개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미국 벨의 AH 1Z와 시코르스키의 AUH 60, 보잉의 AH 64D 롱보우 아파치, 프랑스와 독일 합작인 유로콥터의 타이거, 러시아 카모프의 KA 50 블랙 샤크, 밀의 Mi 28 해벅(Havoc), 그리고 남아공 데넬의 루이벌크(Rooivalk)다. 국방부는 이미 이들 제작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 작업에 들어갔으며, 2001년 전반기에 기종을 결정한다. 북한은 국군에 비해 공격용 헬리콥터의 열세에 부담을 느껴오다 1988년, 미국에서 MD 500을 86대 밀수입해 공격용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우리 육군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차세대 헬리콥터를 보유하게 되면, 우리의 전쟁 억지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현대의 헬리콥터 제작 기술이 진보하면서 미사일 기술과 결합해 제작된 신형 병기가 공격용 헬리콥터다. 대다수 공격용 기종은 지상전의 강자인 전차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용 헬리콥터는 지상전에서 강력한 탱크 킬러로 등장했다. 헬리콥터에 AH(Attack Helicopter)가 붙은 기종은 모두 공격용이다. 그 중에서도 AH 1과 AH 64, AH 64D가 대표적이다.

헬리콥터 부대는 대부분 육군이 운용하고 있으며, 미군과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한국 육군의 공격용 헬리콥터의 주력은 AH 1S 토우 코브라(TOW Cobra)이며, 미국 육군의 주력은 AH 64 아파치(Apache)다. 두 기종은 같은 공격용이지만 성능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군의 아파치와 한국 육군의 코브라는 탑재한 핵심 작전 장비, 즉 레이더·전자 센서·야간 시계 장치·사격 통제 장치에서 차이가 있으며, 장착된 무기도 다르다.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도 어떤 무기를 장착하는가에 따라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아파치와 코브라는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 날까. 육군의 코브라는 20mm 벌컨포와 70mm 로켓탄 38발, 대전차 미사일 토우(TOW) 8발로 무장하고 있다. 토우는 어뢰처럼 와이어로 유도하는 2세대 미사일이어서 사거리가 4km 이내로 짧다. 코브라는 탑재된 야간 장비가 빈약해 야간 작전 능력이 약하다.

아파치는 30mm 체인 건에다 헬파이어(Hellfire) 대전차 미사일을 양쪽에 16기나 장착하고 있어 화력이 위력적이다. 30mm M 203 체인 건의 사격통제장치는 조종사의 헬멧과 전자 장치로 연결되어 있다. 전투에 들어간 조종사가 헬멧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눈앞의 적을 보며 머리를 움직이면 즉각 체인 건이 목표를 향해 정확하게 컨트롤되어 발사되며, 30mm 포탄은 4km 떨어진 곳에서도 장갑차의 철갑을 꿰뚫고 폭발한다. 코브라의 20mm 벌컨포도 자동으로 컨트롤되지만, 아파치에 달린 체인 건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정도의 차이가 나, 덜 민감하고 덜 빠르며 유효 사거리도 2.5km 정도다.

아파치에 장착된 헬파이어는 레이저로 유도되는 3세대 미사일로 명중도가 높으며, 8km나 떨어진 먼 거리의 적을 공격할 수 있고 파괴력도 커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다. 사거리가 길다는 것은 적에게 결정타를 안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걸프전에 참전했던 미군 아파치 대대의 조종사 케빈 우즈 대위는 당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난 전투 때 가능한 멀리서 공격했다. 그래야 공격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인데, 8km나 떨어진 곳에서는 적이 날 발견하지 못했다.”

완전 무장을 했을 때 무게가 9.5t이나 나가는 아파치는 야간에 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낮에는 시계가 좋기는 하지만 적에게 노출될 위험도 크다. 걸프전에서 아파치 부대는 야간에 작전을 많이 수행했다. 따라서 코브라와 아파치는 작전 능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전에는 코브라를 조종했고, 지금은 아파치의 조종사이며 대대를 지휘하는 미국 육군 항공단 토머스 스튜어트 중령은 아파치의 성능이 10배나 뛰어나다고 말한다. “아파치는 8km 밖에서도 목표물 공격이 가능한 데다, 야간 작전 능력이 완벽해 코브라와는 비교도 안된다.”

한국 육군은 코브라를 12년 전에 들여와 운용해 왔지만, 이제는 성능이 너무 뒤떨어져 전투력이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AH-X)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여러 곳에서 비난받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일리 있는 지적도 있지만 공격 헬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말미암은 것도 있다.

한국 육군은 UH 1 헬리콥터로 1967년 21기동항공중대를 창설해 회전익 항공기 운용을 시작했다. 그후 1978년 제1항공여단과 1989년 항공사령부를 거쳐 1999년 4월 항공작전사령부가 창설되었고, 이는 각 군단 항공단과 모든 육군 헬리콥터 부대를 휘하에 두고 있다. 항공작전사령부는 공격용 헬리콥터 부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AH 1S 토우 코브라 70여 대와 역시 토우 미사일을 장착한 MD 500 토우 디펜더(TOW Defender) 70여 대, 로켓탄과 7.62mm 기관포로 무장한 MD 500 스카우트 디펜더(Scout Defender) 100여 대가 타격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육군에 토우 코브라가 도입되어 실전에 배치된 때는 1988년이었지만, 코브라는 일반적인 M 65 야간 투시 장비를 쓰는 탓에 야간에 벌컨포와 로켓탄은 쏠 수 있으나 미사일 발사는 불가능했다. 이런 심각한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장비가 시-나잇(C-Nite:Cobra-Night Imagine Thermal Equipment)이라는 야간 열상감지장비였고, 조종석 앞자리의 사수는 최대 사거리 3,750m까지 토우 미사일을 발사해 목표를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시-나잇은 코브라 70여 대 중 24대에 장착되어 있다. 24대에만 장착한 이유는, 시-나잇 역시 완벽하게 야간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비싼 돈 들여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바에는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공격용 헬리콥터를 도입해 완전히 해결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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