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제국’ 위해 NMD는 계속된다
  • 김민웅 (재미 칼럼니스트) ()
  • 승인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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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사일 요격 실험 10월·11월 중 재개…계획 성사되면 전세계 통제 가능
지난 7월7일 세계가 주목한 제3차 실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은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클린턴 정부 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고, 민주당 의원 다수가 6백억 달러나 드는 데 비해 군사전략적 효용성이 적다고 주장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13일 미국 상원의 결정에서도 드러났듯이 패권주의에 대한 미국의 집착은 매우 강하다. 미국 상원은, 요격 미사일 발사 실험 기준을 더 강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평가하는 위원회를 의회에 구성하자는 리처드 더빈 의원의 안건을 52 대 48로 거부했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기술적 난제가 많은 국가미사일방어 계획 추진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공화당 보수파가 일단 박빙의 차이로 대세를 장악한 것이다.


한국, 레이더망 설치 제1 후보지로 지목돼

그렇다면 왜 미국은 러시아·중국·유럽 등의 국제적인 반대가 일고 치명적이라고 할 만한 기술적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기존 입장을 철회하려 들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를 21세기 핵심적인 군사 전략의 실체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의 전지구적 지배가 ‘세계화’라는 방식으로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이를 전방위적으로 방어할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미국이 중심이 된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 장치된 전쟁경제적 요소에 의한 구조적 요구이기도 하다. e 메일까지 포착하는 통신 감청 기구인 초정밀 컴퓨터 에셀론(Echelon)과 함께 전지구적 규모를 지향하는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미국의 통제권에 들지 않는 나라가 지상에 하나도 없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와 같이 세계 제국의 위상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은 기술적 보완 과정을 거쳐 어떻게든 실현하려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미사일 요격 실험이 오는 10월이나 11월에 또 한 차례 실시될 예정이다.

이렇게 집요한 미국의 의지는 한국에 실로 만만치 않은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찌해서 그런가? 펜타곤의 구상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국가미사일방어 체제의 레이더망 설치 제1 후보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시스템의 삼각점을 이어 중국 또는 러시아에 대한 요격 미사일 포위망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실천에 옮겨지게 된다면 한국은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미사일 전략에 우리의 민족적 생존이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족 통일을 위한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축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고, 동북아 질서가 평화적으로 재편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미사일방어 계획 추진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에 처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요격 미사일 방어망이 정말 필요한가 여부 △기술적 성공 가능성 △군비경쟁 강화 우려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서, 우선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의 기본 개념과 구성 요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체제의 기술적 결함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가미사일방어 체제의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인공위성과 지상 레이더로 상대방이 쏜 미사일을 감지해 추적하고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요격 미사일에 장착된 감지 장치와 지상 본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 미사일을 공중에서 포착해 분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격 미사일은 지난 25년 동안 크기를 현격하게 줄이고 정확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1975년에 20피트 길이였던 요격 미사일이 1984년에는 15피트로 줄었고, 이번에 실험 발사된 것은 5피트(152㎝)도 채 못되는 것으로서, 상대방 핵탄두와 정면으로 충돌해 생기는 충격의 힘으로 목적을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번의 실험 실패는 요격 미사일이 발사체로부터 분리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에 의한 것이었다.

국가미사일방어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지상 요격 미사일(GBI), X선 레이더(XBR), 고성능 조기경보 레이더, 위성정보 통신 기술과 전투종합지휘본부(BM/C3)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는 이 구성 요소들이 국가미사일방어 체제의 기본 개념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미국 안보위협론 과장되었다

첫번 째 문제점은 상대방 미사일을 탐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격용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탐지 장치를 피하기 위해 교란용 풍선을 달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장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개의 위장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어느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치했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탐지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킬 경우 곧바로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사일이 아닌 것을 미사일로 판단하거나, 또는 어디에서 쏘아올렸는지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어시스템 가동 책임자가 발사 결정을 잘못 내렸을 경우 그것은 전지구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설령 탐지가 가능하다 해도 요격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걸프전 때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명중률이 형편없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요격 미사일이 빗나가면 그로 인한 피해 또한 엄청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방어용 미사일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격용 미사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셋째는 실험 과정에서 공격 미사일의 경로를 미리 알고 대응할 수 있어서 현실 상황과는 크게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가미사일방어 체제의 필요성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미국의 안보가 북한·이란·이라크 등 ‘깡패 국가’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 완화 조짐 등은 미국의 안보위협론이 과장되었고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령 중국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중국이 무력을 강화할 경우 인도가 뒤따르게 되며, 그것은 결국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촉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가 가만히 있지 않게 되고, 이란 역시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세계는 순식간에 핵무기 경쟁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에서 미사일 방어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케네디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1960년 선거 때 미국에서는 이른바 ‘미사일 갭(Missile Gap)’이라는 개념을 놓고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미사일 갭이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미사일 능력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미국이 소련에 비해 미사일 능력이 떨어지니 큰일났다, 그러니 미사일 개발을 더더욱 서둘러 역량을 강화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미국 지도층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미국은 소련에 비해 강력한 미사일 체제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소련을 압박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소련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다. 미국 상층부는 미사일 갭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군수산업의 이익을 챙겼고, 냉전 정책을 유지했던 것이다. “미국 군수산업의 이익 보장하기 위한 것”

미국의 군수산업 문제를 파헤쳐온 프랭크 코프스키 캘리포니아 사크라멘트 대학 교수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작동해서, 평화 시기일수록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군·산 복합체의 기득권을 방어해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은 공화당 보수파와 보잉·록히드마틴·레이시온·TRW 등 미국 군수산업 자본이 유고 공습 이후 주문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강력하게 로비 활동을 펴 성사시키려고 해왔다. 미국의 진보적인 시사 주간지 <네이션>의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의 세계화 및 군사 정책을 지속적으로 해부해온 윌리엄 그라이더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본질적으로 평화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고도의 병영 체체를 기반으로 한 제국 경영에 몰두함으로써 군수산업의 이익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은 동시에 국제적 합의를 이룬 각종 군축 협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어서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방어용 미사일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결국 더 많은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군사력 강화와 미사일 증대 등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리라는 것이다. 우선 당장에 미국은 1972년 옛 소련과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 억제 협정(ABM Treaty)’을 체결해,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명분으로 미사일 배치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의 발상에 제동을 거는 국제 협약이다. 따라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 계획은 바로 이 ABM 협정을 근본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세계적으로 미사일 체제 강화를 촉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옛 소련과 체결한 ‘전략무기 감축협정’ START I과 II를 모두 위반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반발은 필연적이며 세계 평화는 이에 따라 더욱 위협받게 된다. 여기에 추가하여, 미국은 지난해 국제 사회와 내부 여론의 강력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전면 금지 조약(CTBT)’ 조인이 의회에서 좌절된 이후, 핵무기 체제를 더 강화하고 미사일 등 전략 무기를 오히려 확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탈냉전 상황에 맞게 군사주의적 정책에서부터 평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마땅한데도 거대한 세계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적인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은 그의 최근 저서 <역류, 아메리카 제국의 비용과 그 결과>에서 미국이 대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냉전 시기의 군사주의 정책을 정리하기보다는 더욱 강력한 무력 증강을 추진함으로써 결국 전세계를 적으로 삼는 전략적 어리석음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이 끝났으면 마땅히 군사력을 축소해야 할 텐데, 도리어 군사력을 증대해 거대한 제국 건설에 몰두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해 반발을 사고 있으며, 특히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의 저항에 직면하는 사태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수산업과 초국적 독점 자본이 꿈꾸고 있는 ‘아메리카 제국’은 역사상 초유의 전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발과 저항 역시 전지구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 전략과 패권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기초로 한 대응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한·미 관계의 식민지적 본질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 ‘제국의 전쟁 시스템’에 대하여 우리는 지금 어떤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또다시 강대국의 패권 전략에 맡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minwkim@worldnet.at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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