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느니 별을 믿는다?
  • 스트라스부르ㆍ류재화 통신원 ()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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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운세 / 프랑스
 
새해가 되면 한국은 점집이 붐비지만 프랑스는 각 방송사 소속 점성술사들이 바빠진다. 듣는 사람이야 코웃음 반 호기심 반, 웃음을 지으며 건성으로 듣겠지만, 프랑스인 가운데에는 ‘신을 믿느니 차라리 별을 믿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는 이도 많다. 신과 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기독교는 별의 전능을 부정하고, 그 별을 만드는 창조주의 전능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는 점성술의 결정론은 부정했지만, 점성술적 세계관은 수용했다. 신약성서에서 동방 박사들은 천상의 징조를 따라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갔다.

신년 운세를 본다고 점집을 찾아다니는 프랑스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신 레졸뤼시옹(신년 계획)을 작성하며 어깨에 힘을 준다. 물론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점성술을 미신으로 치부해 혐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 방송사 사이트들만 해도 ‘섹시’ 상품 바로 옆에 ‘별자리점’ 상품을 차려놓았다. 별점 운세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만 해도 70만 개에 이른다. 연애운 보는 데 제격인 타로카드 점, 숫자 점, 별자리 점은 물론, 최근에는 동양 유행을 타고 각종 주역 점, 관상 점, 손금 점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만 눌러도 오늘의 운세를 알 수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해의 ‘오로스코프(Horoscopeㆍ별자리 점)’를 소개하는 각종 신간도 쏟아진다.

별자리 점에 익숙한 프랑스 사람들은 용모만 보고도 상대방의 별자리를 알아맞힌다. 가령 짧고 뭉툭한 코에 꿈꾸는 듯 몽롱한 눈을 가진 동안(童顔)은 필시 게자리다. 반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남성다운 기운이 느껴지면 염소자리다. 또 천칭자리와 전갈자리가 만나면 당장 첫눈에 반할 확률이 높다. 각 별자리에 얽힌 신화를 알고 나면 훨씬 그럴 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현대에 와서도 점성술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도리어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성과 과학의 세계는 마법과 상상의 세계를 죽였지만, 프랑스인들은 점성술을 통해 마법과 상상의 세계를 즐기고 있다. 별들의 세상사가 땅 위의 인간사를 좌지우지할 리야 없겠지만, 소우주인 나와 대우주의 행성을 연관시켜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서 손해볼 일이 뭐가 있을까. 아이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마법을 믿지 않는 자여, 그대는 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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