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JSA>가 극장측 수익 배분율 올린 까닭
  • 노순동 (soon@sisapress.com)
  • 승인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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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수익 배분에서 극장 몫 늘려…영화계 “차제에 입장료 올리자”
연말 대목을 노리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지난 9월9일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장기 상영에 들어갔다. 명필름측은, 크리스마스 무렵 <쉬리>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초 영화사측은 12월 중순이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평일 관객이 줄어들어 시기가 좀 늦춰진 것이다. 이에 따라 비디오가 출시되면 영화를 보겠다고 작정한 관객이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계 내부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배급사인 제일제당이 이례적으로 극장에 유리하게 배분 비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 영화의 경우 배급사와 극장의 수익 배분율은 5 대 5(외화는 6 대 4)이며, 일정 시기가 지난 뒤부터 극장 몫을 늘린다. 재개봉·지역 개봉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는 개봉 두 달째인 지난 11월, 경쟁작인 <단적비연수>와 <리베라 메>가 개봉하는 시점부터 극장 몫을 한꺼번에 10% 올렸고(배급사 대 극장 = 4 대 6), 그 조건으로 서울 지역에서 상영관 10~15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극장에 유리한 이번 조처가 새로운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제일제당은 이같은 우려를 기우라고 일축한다. 서울에서 관객 2백만을 넘긴 작품이 드문 만큼, 좋은 작품을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1회적인 조처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작자들이 여론 주도 총대 멜 듯

다른 배급업자들이 <공동경비구역 JSA>의 행보에 유난히 민감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배급사와 극장의 전통적인 역학 관계에 질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멀티 플렉스가 버티고 있다. 다른 극장에 비해 작품당 상영 기간이 긴 멀티 플렉스가, 상영 기간 중에 극장 몫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예가 많은 데다가, 최근 들어 외화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5 대 5로 시작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이다(외화는 통상 6 대 4 비율로 극장 몫이 더 작았다). 신생 극장인 멀티 플렉스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관객 동원력이 이른바 전통적인 메이저 극장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제작자를 포함해 배급업자는 상영 기간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는 관행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합리적이려면 상영이 시작될 때의 극장 몫은 더 작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네마서비스 최용배 이사는 “영화업 생산자는 제작자이다. 그들의 몫을 보장해 주어야 질이 보장된다”라고 말했다. 자칫하다가는 유통이 생산을 옥죌 수 있다는 위기감인 셈이다.

영화계는 이런 내부의 갈등을 입장료를 인상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로 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영화계는 관람료가 6천원으로 고정된 것이 6년이 넘었다는 점을 들어 인상론을 펴왔으나, 쉽게 공론화하지는 못했다. 한두 극장이 입장료 인상을 시도했다가 관객의 반발을 샀던 전례도 그들의 입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압이 높아진다면 입장료 인상론은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극장이 총대를 메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여론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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