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해방 공간의 민족 현실 그린 월북화가 이쾌대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5.07.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북화가 이쾌대 화집 나와…해방 공간의 민족 현실 역동적으로 묘사
월북 화가 李快大(1913~1987?)의 작품 세계와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화집이 최근 출간되었다.

88년 10월 월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 조처 이후 열린 다섯 차례의 대규모 전시회를 통해 이쾌대는 월북 화가 가운데 그 예술성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이번에 나온 화집 <이쾌대>(김진송 지음·열화당 펴냄)는 작품 도판 60점과 수십 점의 스케치, 사진·기사 등의 자료를 담아 이쾌대가 북한으로 가기 전에 남긴 화업을 망라했다. 이쾌대는 53년 남북 포로 교환 때 북한으로 간 다음 57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년축전에 <삼일운동>을 출품하는 등 북한에서의 활동상이 더러 전해지기는 했으나, 61년 이후의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술로써 민족 주체 발견이란 근대적 인식 구현”

월북한 작가 중 유일하게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또 화집을 통해 그의 예술성이 한국 근대 미술사에 뚜렷하게 새겨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쾌대의 부인 유갑봉씨(80년 작고)가 반공 이데올로기와 온갖 물질적 유혹을 뿌리치고 작품을 남편의 분신처럼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것이다. 해방 공간의 시대상을 반영한 다른 작가의 작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쾌대가 남긴 수많은 작품은 한국 근대 미술사의 한 부분을 메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2년 동안 자료 수집과 연구를 한 뒤 이번 화집에서 그 결과를 발표한 미술사가 김진송씨는 “이쾌대는 작품과 활동을 통해 우리 근대 미술의 한 바로미터가 되었다”고 평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쾌대는 `‘민족 주체 발견’이라는 근대적인 인식을 미술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으며, 서구 미술을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우리의 `‘근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이쾌대가 근대 작가의 한 전형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그가 미술을 통해 자기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전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의 절정기를 해방 공간에서 맞은 이쾌대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는 작품보다는 당시의 사회 현실과 민족의 구체적인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군상> 시리즈이다.

<군상>은 낭만주의적인 과장이나 신고전주의적인 구성이 두드러지지만,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도입했다. 그는 <군상Ⅳ>에서 서사적인 구성이나 풍부한 표정 묘사, 인물의 역동적인 동세 등을 통해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당시의 현실을 생생하게 펼쳐놓았다.

좌우 이념 갈등 속에서도 화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지켜온 작가로 평가되는 이쾌대는, 이번에 출간된 화집을 통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