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독일 분단 비국 그린 <약속>
  • 成宇濟 기자 ()
  • 승인 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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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약속>/독일 분단의 비극과 상처 ‘사랑 이야기’로 그려
남북한 사이에 생겨난 해빙 무드에 때맞추어 독일 분단과 통일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독일의 마가레테 본 트로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996년 영화 <약속>(베네딕도미디어·02-2279-7429)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들며 분단이 독일인에게 안긴 상처와 아픔을 그렸다.

영화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을 건설하는 흑백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시작된다. 거기에서는 ‘역사상 가장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가장 이상한 일’을 형상화한 인물은 동베를린에 살던 연인 콘라드와 소피. 20대 초반인 두 사람은 장벽이 설치된 직후 서쪽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소피가 하수구에 들어가자마자 경비병이 나타나는 바람에, 콘라드를 홀로 둔 채 맨홀 뚜껑이 닫히고 만다.

서로를 그리워하던 두 사람은 이후 30년 동안 세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 동독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이 된 콘라드가 체코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두 사람은 7년 만에 프라하에서 만나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다.

프라하에서 함께 살기를 꿈꾸던 두 사람을 또 갈라놓은 것은 ‘프라하의 봄’을 짓밟은 소련 장갑차. 군인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던 소피가 서독으로 추방되자 콘라드는 동독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세 번째 만남은 중년에 이루어진다. 연구소 책임자 자격으로 콘라드가 서독을 방문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따로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다른 남자와 동거하던 소피는 콘라드의 아들을 서독에서 낳아 키운다.

1989년 11월 동서독 장벽이 무너지는 날 콘라드와 소피는 동서 베를린을 잇는 다리 위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그들의 심경은 다리 위에서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우울한 표정의 한 중년 여성을 통해 간접으로 전달된다. “기쁘지 않으세요?” “내게는 너무 늦군요. 30년 만에 새장이 열리면 더 이상 날 수 없어요.”

장벽 설치와 프라하의 봄 등을 흑백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처리해 사실성을 높인 <약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젊은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렸다는 사실이다. 물 흐르듯 조용히 전개되는 줄거리는, 어떤 극적인 사건보다 분단의 비극을 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영화를 보면서 독일 상황을 한반도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베를린 철조망은 휴전선에 비해 대단히 낮고 느슨했음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동서독 연인은 30년 동안 ‘무려 세 번이나’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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