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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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보다 명품에 더 집착한다고 합니다. 코래드·금강기획 등 7개 광고대행사가 최근 13~59세 남녀 6천3백 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성향 조사를 한 결과 ‘값이 비싸도 최고급 브랜드를 고집하겠다’고 응답한 남성이 11.3%로, 여성(8..6%)보다 많았습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남자들이 명품에 민감한 까닭은 남자들이 약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페미니즘 이론을 차용하면, 남자는 태어나지 않습니다. 남자는 만들어집니다. ‘사내가 눈물을 짜면 쓰나!’와 같은 압력이 남자를 틀지우는 것이지요. 남성 중심주의의 역기능이 여전하지만, 남자는 유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법 나와 있습니다.

명품은 신분증일 때가 많습니다. 양복 저고리 안쪽에 꽂혀 있는 몽블랑 만년필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줍니다. 벤츠 같은 자동차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진짜 강한 남자는 명품 효과에 기대지 않습니다. 자기 삶 자체가 명품이라고 여깁니다.

명품에 대한 집착은 한국 남자들의 ‘유행 감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에 찍은 사진이 있으면 한번 꺼내 보십시오. 머리카락은 얼마나 짧아졌고, 안경알은 또 얼마나 작아졌습니까. 양복 저고리 단추 구멍은 모두 세 개짜리입니다. 남자들, 의외로 유행에 민감합니다. 여자의 유행 감각에 비해 다른 것이 있다면, 획일적이라는 것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집단 무의식 때문일까요.

명품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명품은 검증된 상품입니다. 명품은 제값을 합니다. 다만, 명품에 대한 집착이 머리카락 길이나 안경테 크기가 어느 날 일제히 같아진 것처럼, 집단주의와 획일주의의 횡포에 대한 안이한 투항이 아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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