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서정주 임채정 정형근 박권상 문일현
  • ()
  • 승인 2000.11.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채정 민주당 의원
장애인 사랑 영화로 펼치다


민주당 임채정 의원에게는 요즘 국정감사말고 또 한 가지 주요 과제가 있다. 11월4일부터 5일간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장애인 영화제’를 잘 치러내는 일이다.

이 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보고 싶지만 대사를 듣지 못해 제대로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장애인 1천5백명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해 ‘가장 보고 싶은 영화’ 일곱 편을 선정하고, 이 작품들에 청각 장애인을 위해 따로 한글 자막 처리를 했다. 올 가을 최고 히트작으로 꼽힌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비천무> <8월의 크리스마스><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한때 영화사에 몸 담았을 정도로 영화광인 데다, 당 정책위의장 시절 장애인들과 이런저런 연을 맺은 계기로 이번 영화제의 명예위원장 직을 맡게 된 임의원은, 영화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미 완성된 필름에 일일이 한글 자막을 넣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해설까지 곁들이는 일이 의외로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걸림돌이 생길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 이번 영화제가 무사히 태어나도록 한 그는, 덕분에 올 가을 장애인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되었다.

이숙이 기자
아내와 사별하고 미국 가는 미당 서정주
출국 직전 기력 떨어져 '병원 경유'


시 <내 아내>에서 ‘바람 나지 말라고 삼천 사발의 냉숫물’을 떠놓던 아내를 여의고 아내의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으려던 미당 서정주 시인(85)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10월10일 아내 방옥숙씨와 사별한 미당은 큰아들 승해씨(변호사)가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랠리 시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어 둔 상태였다.

몇 년 전부터 음식보다 맥주를 즐겨 마시던 미당은 아내를 잃은 뒤부터는 아예 곡기를 끊었다. 급기야 지난 10월28일 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119구급차에 실려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가족과 후배 문인들에 따르면, 10월30일 현재 절대 안정을 취하며 차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미당은 아내를 잃고 서러워하는 대신 비장하게 체념해 버렸다고 한다. 10년 전, 아내가 다리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는 손톱발톱까지 깎아주고, 식탁에서도 아내 밥을 먼저 챙길 정도로 아내를 끔찍이 생각했다. 먼저 떠난 아내가 고향인 전북 고창 선산으로 향할 때 미당은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앉아서 다 보았다’고 한다. ‘이제 고향 땅에 들어갔겠구먼’. 입으로는 웃었지만, 눈은 젖어 있었다고 한다.

미당을 모시고 갈 큰며느리 강은자씨(60)는 “아버님께서 다시 시를 쓰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고국을 떠나는 미당의 짐 속에는 전용 원고지가 들어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시인에겐 마지막 시라는 것은 없다. 항상 현역이다”라는 말을 남긴 미당. 문단에서는 ‘마지막 남은 문단 원로’의 쾌유와 함께, 미국에서 날아올 그의 신작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문재 기자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돌아온 '폭로 전문가' 권력 핵심 정조준


여의도 정가에 아연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재충전과 이미지 변신을 이유로 한동안 무대에서 사라졌던 폭로 전문가 정형근 의원이 다시 등장했기 때문. 역시 그는 ‘1급 킬러’답게 이번에도 권력 핵심을 정조준했다. 평창정보통신 대출 비리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핵심 실세인 ㄱ씨와 ㄱ의원 연루설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박지원 전 장관의 조카 문제를 계기로 김대중 대통령 부부의 조카 문제를 걸고 들어가 청와대 안방에까지 진격한 것.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에 정현준씨를 4시간이나 만난 것으로 알려진 정의원은 아직 확실한 물증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치 공방 차원을 뛰어넘는 ‘사건’이 만들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무책임한 폭로 행태’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후속타를 기대하면서도 일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정의원의 폭로 가운데 심상치 않은 대목은 ㅁ자산운용 ㅂ펀드를 거론한 점. ㅁ자산운용 ㅂ펀드는 그동안 호남 출신 벤처-펀드매니저-정권 실세로 이어지는 커넥션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어온 펀드. 여권 실세인 ㄱ씨와 장관 출신인 ㅂ의원이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돌았다. 정치권과 증권가에서는 정의원의 관련 발언이 증권가 유언비어를 옮긴 것인지 구체적인 물증에 근거한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김종민 기자
박권상 KBS 사장
노조와 정면 대립 불신임투표 몰려


박권상 KBS 사장이 불신임 투표에 내몰렸다. 박사장은 최근 △일본 모리 총리의 독도 발언을 삭제한 것 △특정 고교 편중 인사 △계약직 부당 해고 등으로 사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월20일에는 그의 퇴진운동을 벌이던 노조원과 이를 말리는 간부 사이에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사측은 이 사건으로 현상윤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형사 고발했다.

해직 언론인 출신 ‘진보 인사’로 분류되었던 박사장이 이처럼 노조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까닭은 박사장의 개인적 신념 탓이다. 군사 독재 때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던 KBS 같은 조직에 자신과 같은 진보 인사가 와서 공정성과 경영 투명성이 확보되었는데도 노조 등이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KBS 사내 여론은 박사장의 인식과는 판이하다. KBS 노조가 지난 5월 박사장 취임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 1천2백명의 72%가 박사장이 잘못하고 있으며 81.5%가 공정성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노조는 부당 해고 철회와 내부 개혁을 주장하며 10월27일 파업에 돌입하려다가 스스로 유보하고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와 함께 박사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측은 이 투표가 불법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간에 극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권은중 기자
문일헌 국방부 차관
‘불평등 서명’ 이어 또 미국 편들기


“노근리 사건·매향리 사격장 문제·행정협정 개정·미군기지 환경오염 등 한·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내 몇 만명에 불과한 소수 의견이다.” 미국 관리의 발언이 아니다. 국방부 문일현 차관의 말이다.

문차관은 10월26일 한·미 안보연구회가 주최한 15회 국제안보 학술대회 만찬 연설에서 “한국내 침묵하는 다수가 이들 소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관리의 노골적인 미국 편들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양성철 주미대사 발언 파문 이후 한 달 만에 또다시 문차관의 옹호성 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문차관의 미국 편들기는 1999년 체결된 ‘전시비축탄약(WRSA) 합의각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4월17일 문차관(당시 획득실장)이 서명한 WRSA 합의각서에는 미군이 우리 군 당국의 승인 없이도 환경 오염도가 높은 탄약을 국내에 반입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재처리 시설이 완공되어도 시설은 미군 재산으로 규정해 우리가 사용할 경우 임대료를 물어야 하는 등 불평등한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국방부는 11월3일 합의 각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합의 각서 개정과 함께 당시 책임자였던 문차관에 대한 인책론도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고제규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