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4년째 '바이러스 전쟁'/김상종 교수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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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대부분 안전" 발표에 "모두 끓여 마셔야" 반박


물을 끓여 마시라는 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서울대 김상종 교수(49·생명과학부)는 정부 당국이 여전히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권위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5월2일, 환경부가 일부 정수장과 수돗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한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대규모 정수장은 안전하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곳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 대도시 시민들도 수돗물을 끓여 마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교수 연구팀은 1997년과 1998년에 서울·부산·인천 지역 11곳의 수돗물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의 시료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그러나 비슷한 기간에 시행했던 서울시 자체 검사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포배양법을 사용하고, 김교수팀은 세포배양법과 유전자증폭법을 결합한 방식으로 검사했다. 김교수는 세포배양법으로는 수돗물 바이러스를 3, 4종밖에 검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1993년 미국 환경청 보고서에서도 세포배양법으로 수돗물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 바이러스가 없다고 오판할 수 있거나 과소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검사 방법의 한계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안전하다고 큰소리친다. 정부 말만 믿고 수돗물을 그냥 먹었다가 질병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특히 물 오염원의 40%가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고, 국내 우수 정수장조차 소독 능력이 미국 환경청 기준의 10∼70%에 불과한 실정에서 정부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돗물 바이러스를 둘러싼 김교수와 정부의 싸움은 199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김교수는 그 해 11월 한국미생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서울시 수돗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한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김교수가 검증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김교수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서울시는 얼마 후 자진 취하했다).


정부가 묵살했는데도 불구하고, 김교수의 수돗물 바이러스 검사 방법은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인 〈캐나다 미생물학회〉에 실리는 등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공인받았다. 김교수의 연구 논문은 곧 '국제물협회' 공식 학술지인 〈워터 리서치〉에도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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