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한국의 사계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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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 사진 산문집 〈시간의 빛>
 
‘꽃한 송이 한 송이는 보잘것없지만 그 수많은 나무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디잔 꽃송이들을 통해 내뿜는 노란빛은, 멀리서 보면 봄이 내뿜는 어질어질한 아지랑이 같다. 눈발 날려 목이 움츠러들지라도 산수유가 피면 확실한 봄인 것이다.’

사진작가 강운구씨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서 산수유 군락(95쪽 사진)을 렌즈에 담은 뒤 이렇게 적었다.

<시간의 빛>(문학동네)은 국내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에 속하는 강씨의 사진 산문집이다. 강씨는 길에서 만난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빛과 환희의 시간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내면서, 동시에 순간순간 머리 속을 스치는 짧지만 묵직한 단상을 펼쳐 보인다.

일찍이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사람들의 농밀한 삶에 카메라를 밀착시켜 왔듯이 그의 카메라는 깎이고 파헤쳐진 국토의 상처 또한 비켜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를 반영하듯 그럴 때조차도 그는 동요하지 않는다. 한국의 자연을 좇는 그의 시각은 그렇듯 온기를 잃지 않아, 독자의 굳은 마음까지 녹이는 듯하다. 책에 실린 41편의 산문과 89개의 사진은 <시사저널>에 2000년 9월부터 2002년 5월까지 연재한 글과 사진을 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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