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카타네오 연출 <풀 몬티>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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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카타네오의 <풀 몬티>/스트립 쇼로 실직 넘는 사람들 이야기
‘몽땅 벗는다’는 뜻의 영국 속어 풀 몬티는 ‘가진 것은 몸뚱아리뿐’이라고 번역해도 좋을 듯하다. 몸 하나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 덤빈 다섯 남자에 관한 이야기 <풀 몬티>(연출 피터 카타네오)는, 고실업 터널에 들어선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사연이라고 여길 법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영국의 신예 카타네오 감독은 가족을 부양해 온 남자들에게 실직이란 궁핍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꿰뚫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 처한 남자들은 예외 없이 무력감과 열등감에 시달린다. ‘못난 나’에 대한 자책감은 자살 충동으로, 혹은 성적인 무력감으로 나타난다.

작품의 배경은 영국의 영락한 철강 도시 셰필드. 그곳의 철강 노동자들은 폐기 처분된 기계와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공장 주변을 맴돈다. 영화는 아내에게 실직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6개월 동안 구직 센터를 드나드는 중년 실업자, 직장 없는 이혼남, 아내가 남자들의 스트립쇼를 보러 가는 것을 알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남자의 사연을 따라간다. 그들의 삶은 절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영화는 1시간 반 내내 폭소를 자아낸다.

아들의 양육비를 내놓지 못하면 아내에게 아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이혼남 거즈는 여자들이 남성 스트립쇼에 몰리는 것을 보고 직접 댄스 쇼를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꾼다. 댄싱 팀은 춤 실력은 보잘것없고, 외모는 더더욱 볼품없는 여섯 실업자. 관객을 끌어모을 방책을 고민하던 이들은 홀딱쇼를 벌이기로 한다. 이들은 리허설을 하다가 경찰에 발각되고 ‘철강 스트리퍼’라는 제목 아래 우스꽝스런 몰골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실의에 빠진 이들은 쇼를 포기하지만, 입장권이 매진되었다는 소식에 결단을 내린다. ‘딱 한 번만 벗자, 양복은 평생 입을 텐데.’

무대에 오른 이들은 갖은 교태를 부리며 춤을 춘다. 몸을 비틀며 와이셔츠를 벗고, 엉덩이를 돌리며 바지를 벗는다. 마침내 실오라기 같은 빨간 가죽 팬티가 드러나자 관객은 환호성을 질러댄다. 댄서들은 점점 득의 만만해진다. 옷을 벗으면서 무력증도 함께 벗어 버린 듯 생기가 넘친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험한 세상, 남자들이여 기 죽지 말고 삽시다.’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할 장면 하나. 마지막 장면은 관객 스스로가 영화 속 클럽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보아야 훨씬 유쾌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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