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수능 난이도 소동
  • 설호정(언론인) ()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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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쉬웠다 어려웠다 하면 가장 골탕 먹는 곳도 학원이고, 가장 득을 보는 곳도 학원이다. 학교는 변화하는 입시 상황에 대처하여 수업을 상품화하는 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이 끝난 날 밤에 초상 난 집이 많았다고 들었다. 예상보다 점수가 형편없어 아이는 울고불고 어미는 싸고눕고 하는 수능 초상집.


그러나 돌이켜보면, 작년 올해 좀 심하기는 했으나, 수능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전 학력고사까지, 시험 문제가 잘 되었다고 평가받은 적은 없었던 듯하다. 사실 어느 시험 문제가 학생·학부모·교사 집단 전체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니 트집은 꼭 잡히기 마련이었고, 그 트집이 언론의 수렴을 거치는 동안 흔히 경천동지할 일이 되곤 했다.


이번 시험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고 알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언론사의 중견 기자는 언어 시험이 그렇게 어려웠다는 소리를 듣고 문제를 찾아 대강 풀어 보았다고 한다. 소감은 그 시험 문제 잘 냈더라, 이렇게만 내면 과외는 소용 없고 책은 부지런히 읽게 하겠더라였다. 실제로 평소에 학과 공부보다 다양한 독서에 시간을 할애했던 아이들이 잘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배운 데서만 내달라고요! 하는 당돌하고 볼멘 불평이 드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있고, 학교에서 배워서 학원에서 갈고 닦은 공부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시험을 계속해서 쳐야 한다면, 이제와는 다른 살 길, 곧 새로운 과외의 세계를 탐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방향까지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말은 말대로 해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고, 내가 쉬우면 남도 쉬운 법이다. 상대 평가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난이도 조절 문제가 이다지도 전국민적 논란거리가 되고, 교육부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놈의 난이도 때문에 미안하다, 죄송하다, 유감이다, 하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우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 수능의 난이도·변별력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점자 한 명 없이 1등부터 몇십만 등까지 깨끗하게 늘어세울 때까지 이 난이도·변별력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 하나를 덜 맞고 더 맞고로 가려지는 난이도·변별력의 문제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서글프기도 해라.


대입 운세 유료 사이트까지 북적거리는 판이니…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늘 그랬듯이, 올해도 수험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대학을 예상할 수 없어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혼란은 대한민국의 메이저 학원 몇 개가 일거에 말끔히 정리해 줄 터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미 그 작업은 상당히 진전되어 인터넷의 거대 학원 사이트에서는 지원 가능 대학 조회 서비스를 위시해 내신 성적 산출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며, 그밖에도 2002년 대입 운세를 보아 주는 서비스까지 가동되고 있다. 물론 모두 유료 사이트이다.


아이를 대학에 넣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학별 전형 방법은 천이면 천이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꽤 까다로움은 신묘하다 할 지경이다. 교사들이 그 많은 아이들의 다 다른 대학의 전형 방법을 공부할 수는 없으니까, 당연히 진학 지도는 학원의 몫이 되어 있다. 수능을 치고 나서 열리는 학원의 입시 설명회가 미어지는 것을 보면 알지 않나.


따라서 시험이 쉬웠다 어려웠다 하면 가장 골탕을 먹는 곳은 학원이다. 점을 치는 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이 출렁여서 이듬해를 예측할 수 없으면 득을 보는 곳도 학원이다. 학교는 교과 과정에 맞추어 꾸역꾸역 진도를 빼는 곳이지 변화하는 입시 상황에 대처하여 수업을 상품화하는 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이 쉬워져도 어려워져도 학원에는 경사스런 일이라는 말이다. 이래도 저래도 수능은 학원 또는 사교육을 위해 복무한다?


난이도 따위 해결된다고 대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 얘기를 한심한 심정으로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은 없다는 것, 다만, 서울1 대학, 서울2 대학..서울120 몇 대학…. 이렇게 모두 서울 대학이 되면 해결이 될까? 파리1대학, 파리 2대학… 이런 좋은 선례도 있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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