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빌딩증후군' 퇴치법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
  • 승인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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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자주 하고 화분 놓으라
현대인은 전통적 기준에서 볼 때 갖가지 ‘병 같지 않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 뚜렷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고 증세도 다양해 의학적으로 실체를 규명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질환을 질병 대신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최근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인 ‘빌딩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 약자로 SBS)’이라는 것도 이 부류에 속한다.

SBS란 건물 내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겪게 되는 두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졸음, 눈·코·목의 자극, 가벼운 기침, 가려움, 현기증, 메스꺼움과 같은 증세들을 통칭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증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며 구조적 질병으로 발전해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든다. 198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축하거나 새로 단장한 빌딩의 30%는 SBS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무엇이 SBS를 유발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실내 흡연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 설계, 각종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건축 재료(카펫·목재·벽지), 거주자 자신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이산화탄소·메탄가스·체취), 환기구와 에어컨 등에 기생하는 생물체(박테리아·바이러스·곰팡이), 기타 화학물질(향수·방향제·접착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며, 결정적으로 이러한 오염 물질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불량한 환기 시설을 공범으로 지목할 수 있다. 특히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에서 SBS가 나타날 위험이 더 높다. 에어컨의 냉각수 등에서 발견되는 ‘레지오넬라’ 같은 세균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1998년 덴마크 과학자들은 가장 흔한 사무기기인 복사기가 SBS를 유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실험용 쥐들을 복사기를 사용하는 일반 사무실과 유사한 환경에 놓아두었더니, 1시간 후에 호흡률이 30%나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복사기에서 방출되는 ‘오존’이 이미 실내에 존재하는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해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더운 여름날 오후 오존 농도가 높은 대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그렇다면 SBS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2년 전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잘 공급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근무자일수록 질병으로 인한 결근율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또한 벤자민(Weeping Fig)이나 피스릴리(Peace Lily) 같은 식물을 실내에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몇몇 연구들은 이들 식물이 발암 물질로 여겨지는 ‘휘발성 유기물질(VOCs)’의 실내 농도를 낮추어 준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훌륭한 환기 시설을 갖춘 회사일수록 작업 능률이 높다는 연구도 많이 있다. 대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실내 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5배 이상 혼탁하다. 오존 방출량이 적은 복사기나 레이저 프린터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최근 미국의 한 소비자 단체는 ‘방향제’에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고 고발했다. 청소용 세제 중 특히 ‘레몬 향’이 나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것보다 유해한 화학물질이 많이 첨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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