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덮히는 ‘우동 한 그릇’ 의 참맛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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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즐기는 법/반죽 30분 이상 숙성시켜야 쫄깃… 국물 재료, 가다랭이포가 제격
최근 거리에 우동 열풍이 불고 있다. 금방이라도 간편식의 원조인 라면·김밥을 압도할 태세이다. 수십 년 전부터 우동이 있어 왔지만, 요즘처럼 인기몰이를 한 적은 없었다.

우동 체인점 용우동 대표 이영찬씨는 우동집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패스트푸드점을 선호한다. 우동이 젊은이들의 그같은 성향에 딱 맞아 인기를 끄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값과 비슷한 가격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칼칼한 국물은 인기몰이를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한다.

과거에는 냉동 면이 생산되지 않아, 우동을 먹으려면 보통 중국집으로 가야 했다. 냉동 면이 대량 생산되면서 이제 우동은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고속도로나 국도변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이 대표적이다. 고춧가루를 듬뿍 친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마시다 보면 어느새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속이 든든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동 하면 먼저 허름한 중국집이나 휴게소를 연상한다. 코끝이 시리도록 추운 날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를 허겁지겁 먹어본 사람은 그 색다른 맛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우동은 요즘같이 날씨가 쌀쌀한 날이 제격이다. 휴게소나 우동 체인점에서도 따끈한 우동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놓는 우동 국물은 대부분 멸치·무·다시마 등을 우려낸 한국식. 가다랭이포로 우려낸 ‘특별한’ 우동 국물 맛을 보려면 일본식 우동 전문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일본 우동은 한국 우동처럼 얼큰하거나 푸짐한 맛은 덜하지만, 담백하면서 깨끗한 뒷맛을 남긴다.
일본 우동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 것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 것으로 나뉜다. 관동쪽 우동은 면발이 굵고 끈기가 있어 씹는 맛이 좋다. 반면 관서쪽 우동은 면발이 연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특징이다. 국물도 관서 지방은 국간장으로 맛을 내 달지 않고 담백한 반면, 관동 지방 국물은 조금 달착지근하다. 한국에서 파는 일본 우동 대부분은 관동 지방 우동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보통 먹는 일본 우동을 더 나누면 네 가지가 있다. 별다른 고명이 올라가지 않는 가케 우동, 간장에 조린 유부를 넣는 기쓰네 우동(기쓰네는 일본말로 여우를 뜻한다. 옛날 이야기에 여우가 유부를 좋아했다는 내용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새우 튀김 등을 얹은 덴푸라 우동, 자잘한 튀김덩이를 넣은 다누키 우동이 그것이다.

시간이 없어 우동 전문점을 찾기가 힘든 사람이나, 쌀쌀한 휴일에 우동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 보자. 휴일 아침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우동 면을 만들고 국물을 끓이면, 집안 분위기가 훨씬 훈훈해질 것이다.

물론 집에서 우동 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면을 만들고 싶다면 신라호텔 일식당 주방장 안효주씨의 ‘비법’을 기억해 두자. 우선 밀가루 강력분 200g과 중력분 200g, 물 200cc, 소금 5g을 준비한다. 밀가루는 골고루 섞는다. 그리고 물 200cc를 붓고 소금을 뿌려가며 손으로 문질러 약간 단단한 느낌이 들 때까지 반죽한다. 반죽을 젖은 수건으로 싸서 찰기가 생기도록 30분 정도 숙성시킨다. 그런 다음 나무 방망이를 이용해 반죽을 3∼5mm 두께로 편 뒤 5mm 너비로 썬다. 면끼리 붙지 않게 밀가루를 솔솔 뿌려둔다. 반죽을 24시간 숙성시키면 쫄깃쫄깃한 맛이 더한다.

이 면을 제대로 맛 보려면 무엇보다 정성 들여 삶아야 한다. 우동 전문가들이 말하는 우동 면을 맛있게 삶는 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수에 뿌려둔 밀가루를 털어 낸 뒤 팔팔 끓는 물에 넣는다. 긴 젓가락을 8자로 저어 우동이 들러붙지 않게 한다. 물이 끓으면 냉수를 서너 차례 부어 다시 끓인다. 17∼18분 삶은 뒤 건져내어 준비한 얼음물에 넣고 손으로 비벼 씻는다. 재빨리 식히지 않으면 남은 열로 면이 물러질 수 있다.
면 준비가 끝났다면, 그 다음에는 국물을 만든다. 일식 요리 전문가 남춘화씨에 따르면, 국물은 먼저 다시마부터 우려내야 한다. 깨끗한 다시마를 10cm 정도 네모꼴로 잘라 모래와 먼지를 털어낸 뒤, 물에 넣고 30분간 끓인다. 다시마가 잘 우러났다고 생각되면 즉시 꺼낸다. 쓴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마는 4인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로 세로 10cm짜리 2장 정도가 적당하다.

다 끓인 다시마 국물을 차갑게 식힌 뒤, 적당량의 가다랭이포를 넣고 3분 정도 다시 끓인다. 뜨거운 국물을 또다시 식혀 가다랭이 맛이 제대로 우러나도록 한다. 적당히 식은 뒤 국물을 고운 체로 걸러내 냄비에 붓고 끓인다. 간장·청주·맛술·설탕 등을 넣어 간을 맞추면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우동 국물이 된다. 간장은 되도록 진간장이나 왜간장을 쓴다. 국간장을 쓰면 짠맛이 강조되어 국물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소 기름기가 많은 가다랭이포 국물보다 더 담백한 국물을 선호한다면, 멸치나 조개를 이용할 수 있다. 요리 전문가 한복선씨는 “국물 재료로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우동 맛이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멸치로 국물 맛을 내려면 우선 멸치의 내장과 대가리를 제거한다. 그것을 마른 채로 냄비에서 볶다가 찬물을 부어서 15분 정도 끓인 뒤 건져내면 맛있는 멸치 장국이 된다. 물 5컵에 멸치 10∼12마리를 넣어야 제 맛이 우러난다. 다시마나 모시조개·표고버섯을 첨가하면 훨씬 더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조개 국물 만들려면 대합이나 모시조개·바지락 등을 맑은 물에 담가 해감을 우려낸다. 조개를 푹 삶아 국물을 우린 뒤, 무와 대파·유부·김치·쑥갓·양파 등을 곁들이면 더 맛깔스럽게 우동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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